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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방송통신서비스 가입기
제목 나의 방송통신서비스 가입기
등록일 2018.02.06 조회 1786
황유선 이미지
황유선방송미디어연구실
부연구위원

때가 왔다.
나도 아이폰 유저 한번 되어보겠다고 아이폰6S를 구매하면서 시작된 이동통신서비스 2년의 약정기간이 종료되었다. IPTV와 인터넷 서비스의 약정기간은 이미 지난 여름에 종료된 상태다. 지난 3년 반 동안 함께한 KT를 떠나 다른 사업자로 서비스를 이전하면서 상품권, 경품 등 ‘신규고객’의 권리를 누릴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준비가 완벽한 건 아니었다.
지난 여름, 아내는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면서 새로운 2년 약정에 돌입한 상태다. 하지만 아내는 3만원 수준의 요금제를 6개월 정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니, 해지 시 위약금이 크지 않다. 함께 가자. 뭉칠수록 결합혜택은 커진다고 하지 않던가.

KT 서비스에 대해 별다른 불만은 없었다.
떠나려는 자를 붙잡기 위한 별다른 구애가 없기에 떠나려는 것 뿐. 사업자마다 품질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통신3사 상품 간 품질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이 기회에 다른 사업자의 상품을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존고객’이 아닌,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규고객’이 되는데 그 정도 위험이야 감수할 수 있지 않은가.

떠날 준비가 되었으니, 이제 정보수집에 나서야 한다.
상품 품질에 대한 각종 미사여구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가격 및 가입혜택에 집중한다. 전화 올 때마다 끊어버리기 바빴던 가입광고 전화도 반갑기만 하다. 인터넷 서핑 중 만나는 프로모션 광고도 유심히 살펴본다. ‘호갱이 될 순 없지’라는 일념으로 관련 정보의 메카라는 게시판도 검색해보고, 직영점 및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도 방문해본다. 새삼 느끼지만 통신사 오프라인 매장들은 정말 많다. 유통망은 초과공급 상태인 것이 분명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갖가지 권법들이 춤을 춘다.
휴대폰 구입을 권하며 선택약정할인과는 별도로 휴대폰 원금을 일정 수준 보조해주겠다는 곳이 눈에 띈다. 정부 규제로 인해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단말기 보조금은 줄 수 없을텐데, 역시 나름의 수가 있나보다. 새로나온 프리미엄폰에 대한, 없던 욕구도 만들어내는 훌륭한 공격이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결합상품에 대한 경제적 이익 제공 상한선’을 훌쩍 뛰어넘는 가입혜택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 25만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 15만원. 여기에 12만원 상당의 에어프라이도 하나 준단다. 상품권, 현금, 경품 합동 전술. 기름없이 튀김을 만들어준다는 에어프라이의 신묘한 능력만큼이나 효과적인 공격술이다. 결정할 듯 말 듯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AI스피커를 주겠다며 ‘이래도 안올거야?’는 최종필살기를 시전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 ‘4차산업혁명’ 시대에 AI스피커 하나쯤은 있어야지. 이쯤되면 나는야 흥정왕.

한아름 수집한 정보를 품에 안고, 최종선택을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드는 궁금증. 그런데 가격할인을 규제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과연 맞는걸까. 상황이 이런데 실효성이 있긴 한건가. 가격구조는 왜 이렇게 복잡한거지. 무엇이 경쟁 때문이고, 무엇이 규제 때문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음... 일단 지금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만 생각하자.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리라.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넘나든 정보수집 활동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3월에 예정된 이사. 혹시나 해서 확인해보니, 이사 예정인 곳에는 KT와 지역케이블 사업자의 서비스만 설치 가능하다는 믿고 싶지 않은 사실. 새로운 사업자의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건물주의 동의하에 건물에 공사를 해야한단다. 새로 이사갈 곳은 단독 동 아파트로, 관리사무소도 따로 없는 소규모 아파트다. 결국 주민들의 합의가 있어야하는 사항이다. 반상회 때 의견개진 해야 하나. 그런데 집주인보다는 세입자가 많지 않나.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인공지능, 스마트한 시티가 4차산업혁명과 함께 우리 곁에 왔다는데 유료방송, 인터넷서비스 설치가 제한되다니. 그것도 서울에서.

보조금, 상품권, 경품. 이제 내 것이 될 수 없는 그들에게 안녕을 고한다.
AI스피커야 안녕. 난 아직 너에게 오늘 날씨를 물어볼 준비가 되지 않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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