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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질문을 찾아서
제목 좋은 질문을 찾아서
등록일 2018.03.12 조회 1996
박지현 이미지
박지현국제협력연구실
부연구위원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이스라엘의 한 액셀러레이터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보통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집중적인 보육을 통해 스타트업을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는 액셀러레이터들은 각각의 특화된 강점이 있는데, 이 기관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고객 검증(customer validation)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바로 판매하는 B2C(Business-to-Consumer) 기업과 달리 B2B(Business-to-Business) 기업은 자신의 제품·서비스·기술 혹은 스타트업 자체를 사줄 대기업을 만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영업을 하기 이전에, 고객을 만나야 자사의 제품·서비스·기술이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액셀러레이터는 보육 중인 스타트업이 해외에 있는 기업고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출장비를 넉넉하게 지급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을 두드린다고 대기업들이 다 만나주는 것도 아닌데, 도움이 되는 게 출장비만은 아닐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여 이들에게 금전적 후원을 받고 정기적 행사를 통해 후원기업들과 보육 중인 스타트업들을 만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사한 모델을 가진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 분야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의 사례를 문헌으로 조사한 바가 있어, 대기업을 활용하는 이 모델이 무척 궁금했던 차였다. 이 경우는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자 그룹을 이뤄 금융, 컴퓨팅, 자동차 등 각 분야의 시각을 제공하고 그 분야에서 아직 대두되지 않았지만 곧 나타날 사이버보안 문제를 제시해 준다고 했다. 일류 기업들로부터 문제를 조달받는 스타트업과 고객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스타트업이 어떻게 같은 선에서 경쟁할 수 있을까?

문제를 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몇 달이 걸릴 수도,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 여러 사람의 노력과 돈, 그리고 다른 결정적인 기회들과 맞바꾸어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이들은 과연 해결할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풀고 있을까?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던진 것일까?

좋은 혁신생태계란 문제를 잘 풀고, 푼 문제를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질문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의 작은 불편은 창업자의 영민함만으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은 발전된 정보통신 인프라와 신기술에 호의적인 소비자들을 가졌으니까. 그러나 글로벌 테크 기업의, 정부의, 개발도상국과 국제기구의, 보건·교육·환경 등 기존 섹터들의 수요를 어떻게 창업자 개개인이 다 파악할 수 있을까? 질문을 모르고서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겠다 말할 수 있을까?

네이버는 인공지능 해커톤을 통해 질문의 유사도나 영화 평점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 개발을 촉진한다고 한다. 서울시는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북촌 IoT 시범사업으로 주차문제 등 북촌의 주민과 관광객, 소상공인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게이츠 재단과 KOICA는 보건 분야의 웨어러블, 예방접종 관리 시스템, 진단시스템 등을 해결할 기업을 찾는다. 질문을 제시하는 곳은 아직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질문들이 제시되어 있다.

좋은 질문은 인재를 끌어들인다. 학교에, 기업에, 연구소에 있는 인재들은 어쩌면 좋은 질문을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창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좋은 질문과 함께라면 더 많은 이들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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