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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찬사와 우려
제목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찬사와 우려
등록일 2019.03.11 조회 1565
강준모 이미지
강준모ICT전략연구실
그룹장

규제 샌드박스(실증을 위한 규제특례)가 1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 육성을 위하여 일정한 제약 하에 규제의 적용을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로, 정보통신융합 분야, 산업융합 분야, 금융 분야와 지역혁신산업(지역특구) 등에 도입되었다. 이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운영하는 ICT 규제 샌드박스는 이미 두 차례(2월 14일, 3월 6일)에 걸쳐 심의위원회를 개최, 7건의 서비스에 대하여 실증 특례를 부여한 바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영국 금융청(FCA)은 2016년 6월 핀테크 분야의 혁신서비스 아이디어를 실험해볼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였으며, 2017년 10월에는 시행 1년간 얻은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는 규제 샌드박스 보고서1)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테스트 참여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이었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싱가포르, 미국 등의 해외 기업도 참여하여 다양한 혁신적인 금융 상품·서비스를 테스트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차 테스트를 진행했던 18개 기업 중 90% 이상이 시장 진입에 성공하여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개인 금융활동 통합관리 플랫폼 등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과 달리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분야를 금융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였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특히 각종 규제로 인하여 신산업 활성화가 부진하다는 평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샌드박스의 시행은 기업의 혁신 촉진과 데이터에 기반한 규제개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 규제특례를 신청하는 사람만큼 혁신적인 사고를 갖추지 못한다면 동 제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심지어 규제혁신을 가로막는 덫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직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 금융분야와 지역특구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는 개시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으나, 필자는 제도의 구성 및 운영에서 보이는 몇 가지 우려사항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대상 선정의 적극성에 관한 문제이다. 두 차례의 심의위원회 이후 터져나온 불만처럼, 심의위원회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지 못하는 경우 샌드박스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가령 3월 6일 ICT 샌드박스 2차 심의위에 올랐던 오토바이 배달통 디지털 광고의 경우, 배달통 후면광고 허용여부에 대한 이견으로 보류 결정이 났다. 하지만 후면광고가 실제 상황에 적용되었을 때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킬 우려가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만든 제도가 샌드박스가 아니었던가? 실험의 세부적인 사항은 특례 부여 이후에 준비 및 운영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문제 삼아 특례 지정을 보류하는 위원회의 이러한 소극적인 태도로는 기존 규제개선 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규제 샌드박스의 활용성에 대한 문제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비롯한 규제개선 제도들이 도입되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규제가 외국에 비해서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샌드박스를 운영하면서 일부 허용해주는 아이템들이 외국에서는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 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영국 샌드박스의 사례처럼 해외 사업자들이 굳이 정부의 통제를 받아가면서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선택할 이유가 있을 것인가? 한국의 사업자들은 굳이 한국에서 샌드박스를 이용해서 2년간 테스트를 하려할까? 또한 ICT 샌드박스는 산업융합 샌드박스와 다르게 입법 과정에서 테스트 종료 후 규제정비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되었는데, 이러한 변화는 테스트 이후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어 융합 기술·서비스 개발자들이 제도 활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기존 임시허가 제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던 문제점이다.

세 번째는 규제 샌드박스가 역설적으로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저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이다. 이전의 규제정비는 해외 유사 사례나 전문가 검토, 기업이 제출하는 자료 등의 내용을 고려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샌드박스가 시행되면 정부는 규제의 적극적 개선을 유예하고, 일단 실험부터 해서 결과를 보고 생각하자는 반복 실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샌드박스 운영 결과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을 경우, 기술·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테스트 기업의 운영 상 문제임에도 위험성을 이유로 관련 규제를 정비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법령으로 금지된 사항조차도 실험이 가능하도록 도입된 제도이며, 테스트 결과는 규제개선을 거부하기 위한 자료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하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한 자료로 쓰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립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규제 샌드박스 운영을 통하여 구축된 데이터의 활용 문제이다. 정보통신융합법 초기 개정안에는 규제특례를 받은 자가 수집한 데이터를 적절한 비식별화 이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있었는데, 이후 논의에서 해당 조문이 빠져버렸다. 비식별화된 데이터 제공을 금지하면 유사한 아이템으로 기술·서비스 개발과 실증을 진행하고자 하는 다른 기업들이 기존 테스트 결과를 이용할 수 없어,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테스트 결과로 규제가 개선되지 않은 경우에 다른 기업들은 어떠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샌드박스 제도가 정비될 때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규제 샌드박스는 해외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만큼 파격적인 규제개혁 시도이며,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될 경우 규제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신기술·서비스 개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제도임이 분명하다. 부디 필자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샌드박스를 운영하는 관계자들의 마음속에 ‘혁신’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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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K FCA(2017. 10), Regulatory sandbox lessons learne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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