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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짧은 영상, 짧은 사고
제목 짧은 글, 짧은 영상, 짧은 사고
등록일 2016.04.18 조회 6159
박상진 이미지
박상진방송미디어연구실
위촉연구원

부모님 세대에서는 연애를 할 때 길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핸드폰 문자메시지나 메신저가 없었기에 글 실력이 변변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써서 상대에게 마음을 전달해야 했던 것이다. 요즘 커플들은 특별한 경우에만 손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대신 손 뻗으면 닿는 위치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카카오톡으로 “사랑해” 혹은 “보고 싶어” 말 한마디와 눈이 하트 모양인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를 보내 마음을 표현한다. 표현이 쉽고, 글이 짧다고 마음의 무게가 다르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편지를 쓰는 경우 메신저를 이용하여 마음을 표현할 때보다 좀 더 고심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긴 글을 굳이 쓸 필요도, 읽을 필요도 없는 시대이다. 온라인 언론 매체 역시 기사의 길이를 줄이고, 요약하여 내보낸다. 세계 유수의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러스 타임스 등도 기사의 길이를 줄이고, 요약 기사들을 더 많이 작성하여 최대한 신문을 가독성 있게 만들어 온라인으로 배포한다.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내어 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도 짧게 편집되어 전달된다. 네이버 웹 드라마의 경우 1화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 내에 주인공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과 갈등이 전개된다. 그 짧은 시간 내 로맨스가 싹트는 것 역시 빠지지 않는다. 재미있다고 회자되는 쇼 프로그램 같은 경우도 불과 2, 3분 남짓 길이의 주요 장면으로 잘라져 대형 포털을 통해 볼 수 있다. 미모의 영화배우 A씨가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몰래카메라 때문에 깜짝 놀라는 장면, 인기 걸그룹 B양의 엽기적인 개인기 모두 3분 내에 보고 즐길 수 있다. 그래서인지 흔히 말하는 대세 연예인들도 어느 찰나의 장면 때문에 뜨는 경우가 많다. 무명에 가까웠던 EXID 하니의 경우 3분 남짓한 직캠으로 떴으며, 걸스데이 혜리도 진짜 사나이에서 애교로 분대장의 가슴을 울리는 장면 때문에 인지도가 대폭 상승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통근 시간, 쉬는 시간 짬짬이 짧게 편집된 영상들과 글들을 보며 정보를 얻고 기분 전환을 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항간에 재밌다고 소문난 쇼 프로그램, 드라마 명장면들만 선택해서 본다. 60분 중에 가장 재밌는 10분 남짓만 보고 끄는 경우도 많다. 전체를 다 보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중요 장면만을 선별해 볼 수 있는데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글을 읽을 때도 책을 들어 긴 글을 읽기 보다는 먼저 인터넷으로 짤막한 글을 찾아 읽는 경우가 많다. 글이 짧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기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날로 짧은 길이의 콘텐츠의 유통과 조회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필자만 긴 콘텐츠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글과 영상을 소비하는데도 “짧은 길이”에 익숙해지고 있다. 마치 예전에는 정보를 찾기 위해 두꺼운 책을 읽었다면 이제는 구글링을 통해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듯이, 영상과 글 역시 전체가 아닌 단편적인 부분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간의 효율을 따진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부담 없는 짧은 콘텐츠를 통해 원하는 부분만 얻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표현하고, 쉽게 얻을수록 증대되는 시간의 효율성의 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몇 년 전 읽었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책의 저자도 처음에는 이러한 시간의 효율성 증대에 감사했다.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예전 같으면 며칠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찾아야만 했던 정보들을 불과 몇 시간 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시간 독서하고 사고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집중력이 흐트러짐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뇌 신경망의 가소성으로 설명하는데, 생물학적 지식을 떠나서도 우리는 짧은 영상, 짧은 글을 소화하는데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무언가에 대해 시간을 들여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단편적인 부분만을 골라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저자는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섭취하는 경우, 배경 지식을 놓치기 쉬워 전체적인 의미 파악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즉,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알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단편적인 정보를 습득하는데 익숙해질수록 전체적인 의미 파악 및 추론 능력이 감퇴되고, 습득한 지식의 휘발성은 커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1시간, 2시간 걸려 썼던 연애편지의 내용을 1, 2분 만에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고, 오락을 위해 1시간 남짓 봤던 영상조차도 가장 재미있는 장면 몇 분만을 골라보는 경우, 우리의 집중력과 인내심을 얼마나 짧아질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짧은 시간 내 최대한의 정보, 최대한의 쾌락을 얻는 것이 시간을 두고 돌이켜 봤을 때 과연 효율적일까.

짧은 글, 짧은 영상이 그저 가볍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길이가 짧아도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스낵컬쳐에 익숙해진 우리의 입맛에 맞게 잘려진 파편들인 경우가 많다. 설령 깊은 의미를 축약한 것이라 하여도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집중력이 짧아진, 그리고 짧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짧은 글과 영상이 오간다. 이로 인해 더 이상 옛날 연애편지를 쓸 때처럼 구구절절한 사고조차 하기 버거운 우리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특히 어린 세대들의 경우 짧은 글, 짧은 영상을 보고 과연 무엇을,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결국 짧은 콘텐츠는 생각하는 시간조차 짧게 만들고, 인내심과 집중력을 유지할 시간을 뺏고, 빠른 결론에 도달하려는 비약적인 사고 회로만을 강화하지 않을까. “미디어는 생각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생각의 과정도 형성한다”는 저자의 말이 짧은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불길한 신탁처럼 들린다.

참조:
Carr, N. (2010). The shallows: How the internet is changing the way we think, read and remember. Atlantic Books Ltd.
http://www.it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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