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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위해 <다이어터>를 보나요?
제목 다이어트를 위해 <다이어터>를 보나요?
등록일 2012.05.22 조회 6188
박찬경 이미지
박찬경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원

얼마 전, 첫 사회를 봤습니다. 그럴 때도 됐지만 결혼식 사회는 아직 아니고, 대학원 친구들과 주말마다 함께 하는 연구 모임에서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의 사회였습니다. 인터뷰 사회라고 하니까 시시하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건 지나친 속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짱 다섯 분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이지요. 저희의 연구 대상이 운동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현대 성인 남성이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남성 5명을 섭외해서 시범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해보았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남자들끼리 모여 운동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운동에 관한 정보를 미디어로부터 얼마나 얻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포탈 사이트에 떠 있는 기사들을 보면 심심치 않게 운동 프로그램이나 다이어트 식단에 관한 기사들을 볼 수 있지요. 탄력 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한 15분 운동이라든지,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살을 뺄 수 있는 식단이라든지, 그런 것들 말입니다. 보통 적극적으로 구독하시지는 않는 것 같지만, 커피숍이나 미용실에서 슬쩍슬쩍 훔쳐보는 <맨즈핼스>, <GQ>, <에스콰이어> 등의 남성 잡지들에서도 그런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세련된 도시 남성이 되려면 매일 닭가슴살이나 믹서기에 갈아먹고 살아야 하는지 원. 혹시 <머슬앤피트니스> 같이 근육질 남성들의 화보가 가득한 잡지를 종종 부러운 눈으로 들추어보는 분들이 있으실 수도 있겠네요. 지난 번엔 케이블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절대 남자”가 되겠다는 백 분이, 아니, 그 분들의 여자친구들까지 이백 분이 커플 운동이라면서 기묘한 동작을 동시에 시전하고 있는 진풍경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TV에 출연해서 저런 단체운동에 참여하다니, 한국의 운동 열풍이 꽤나 뜨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이런 미디어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을 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관한 컨텐츠가 많다는 건 그 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할테니까요. 그런데 인터뷰를 해보니, 그런 가정이 현실과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인터뷰 대상자가 되어주신 분들은 몸 관리에 관련된 정보들을 가끔 본 적은 있지만, 별로 참고하지는 않는다, 결국엔 자기 몸에 맞는 대로 먹고 운동하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한결같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서점에서 남성잡지의 흥미 있는 기사만 몰래 읽곤 안 그런 척 하는 것처럼 이 분들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서 재차 캐물어 보았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이상하다 싶어 이런저런 지인들에게 물어보아도 운동 정보를 읽어본 경험이 있다는 사람은 꽤 있는데, 그 정보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몸짱 되기에 관한 기사들이 그렇게나 많은 것을 보면 흔한 말로 그런 정보들이 ‘클릭수 올리기’에는 꽤 도움이 되는 모양인데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그냥 보고 버릴 정보를 왜 그렇게 열심히 읽는 것일까요?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포탈사이트 다음에서 연재하고 있는 <다이어터>라는 인터넷 만화를 떠올렸습니다. 무척 재미있고 유용한 정보도 많아서 저처럼 사무실에서 몰래 보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화에 달린 댓글을 보면 재미있는 것이, 다이어트나 운동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나도 이래서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주인공이 다이어트를 하는 바람에 도탄에 빠진 지방나라 백성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좀 먹으러 가야겠다, 뭐 이런 내용이 주로 많습니다. 물론 인터넷 만화 댓글에 달리 무슨 다른 말을 쓰겠나 싶기도 하지만, 제게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결국 몸짱 되기와 관련한 기사들을 읽는다는 것은, <다이어터>를 보면서 냉장고에 아껴둔 아이스크림 생각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니겠나 하는 것이지요.

결론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인터뷰도 많이 남았고, 분석도 해야 하니, 여전히 이런 가설을 검증하려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수행하고 있는 다른 많은 연구에서도 전제하고 있는 미디어의 기능에 대해 비슷한 의심을 한 번쯤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SNS에 대한 많은 연구들을 생각해보면 사회적 자본으로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네트워크가 창출해내는 경제 가치, SNS에서 발생하는 정보전달력이나 그에 관한 윤리적 문제 등이 주요 질문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SNS는 무엇보다 커뮤니티가 아닐까요? 잡담하고, 공감하고, 싸움도 일어나고 그런 커뮤니티 말이지요. 마치 인터넷에서 운동 정보를 읽고 체계적인 운동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냉동실에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생각을 떠올리듯,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늘리거나 정치적 의견을 교환하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무엇보다 “재미로” 트윗을 날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 전문 지식에 버금가는 정보를 생산해내는 네티즌들도 그렇습니다. “집단지성”에 복무해야 한다는 사명감 보다는 아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그런 개인적인 동기의 집단적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놀라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소비하고 생산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 공감, 이러한 것들도 중요한 정책 연구 과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간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많은 혁신은 미드 <빅뱅이론>의 주인공들과 같은 “너드(Nerd)”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하지요. 그런 “너드”들을 보면, 그들이 신나서 떠들어대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신이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크고 작은 혁신을 만들어낼 “너드”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는 어떠한 규칙이 있는지, 그런 것들도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혁신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려는 시도가 늘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전제한다면 말이지요. 그렇게 하자면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뛰어들어 인터뷰도 해보고, 그들의 문화를 알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참여관찰도 해 보는 등의 좀 더 자유로운 연구가 정책 분야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최근 인터넷의 낭인들이 이런 저런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결과들에 주목하는 여러 연구나 정책은 이들을 도덕의 시선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그 역시 일리 있는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연구자가 인터넷에 뛰어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럼 반대로 이 낭인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런 시도들도 연구에서 공존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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