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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연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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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길다.
제목 짧지만, 길다.
등록일 2010.12.13 조회 5191
김태현 이미지
김태현통신정책연구실
연구원

며칠간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입원을 했다. 덕분에 병원에 매일 들락거리게 됐다. 아이가 입원한 종합병원은 걸어서 입원실을 가려면 병원입구에 있는 영안실을 지나가게 되는 구조라서, 지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난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입원실로 향하던 발길을 멈추게 한 건, 누군가의 장지로 향하는 차였다. 곱디고운 흰 꽃으로 장식을 한 검은 차량.

십 년도 더 전, 검은 차량에 사진을 안고 탔던 날이 있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난 후, 문득 거울에 비치는 사진이 보였다. 태어나서 기억이 없을 때부터 이십 몇 년을 매일 보던 얼굴이다. 이젠 다시 볼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원하셨지만 못해드린 일들이, 소소한 일들일수록 아프게 가슴에 남았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영안실은, 어느 누가 무슨 애를 써도 상실만이 존재하는, 상실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 곳에 도착한 순간, 사람들은 이제 각자의 기억 속에서만 떠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영안실은 사람들에게서 그 누군가에 대한 기억의 장(章)을 편집해서 순식간에 보여준다. 만남, 기쁨, 즐거움, 고통, 후회, 그리고 돌발적인 헤어짐까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수 십년, 사실 누군가와의 인연은 아무리 짧다고 한들 그 짧은 시간에 기억해낼 수 있는 양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기억으로 떠난 사람들은 기억하는 누군가의 마음에서 살아간다.

짧은 상념에 잠긴 사이, 그쳤던 눈이 다시 오기 시작했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매일같이 사람들이 떠나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 가장 찌릿하다. 추운데, 두툼한 옷으로 칭칭 몸을 감고 있는 나도 이리 추운데 땅 속은 얼마나 시릴까. 부르르 떨면서 목도리를 동여매고 입원실 엘리베이터를 탔다.

병원 입원실은 외래 환자를 보는 층을 제외하고는 신생아실이 제일 아래에 있다. 요즘 신생아 출산을 해주는 병원이 별로 없다고 하던데, 아마도 종합병원이라서 그런지 출산도 되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눈도 못 뗀 아가들, 엄마 품에서 배시시 웃는 아가들을 보면 아들이 세상에 나왔을 때 생각이 났다.
어렵게 수술로 나와서 처음 보았을 때는 이것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술 때문인지 원래 천성이 태평해서 그런건지 내처 자고 있는 아이를 간호사가 거꾸로 들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엉덩이를 냅다 때렸더니 그제서야 짧게 ‘응애~!’ 한 마디하고는 바로 다시 잤다.
그런데 그 짧은 울음의 순간. 피가 공명한다고 할까, 그렇게 뜨거웠다. 내 몸 속의 또 다른 나들이 귓속에 살그머니 ‘네 아이야’, 이렇게 말해주는 것처럼. 나는 내게 온 아이를 이렇게 인정하게 되었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가에게 까꿍을 해주고, 11층에서 내려 입원실로 갔다. 응급실에서는 내처 누워만 있더니 그래도 앉아 있다. 다른 때보다 반갑게 들어섰더니 아들은 한 손에는 링거를 꽂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장난감 비행기 잡고, PMP로 만화보고 있다가 왠일인가 싶어 뚱허니 ‘아빠 왔어? 왜 그래?’하는 표정을 짓는다.

밤늦어 아들은 다시 엄마에게 맡기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길 하나를 두고 영안실과 신생아실, 입원실이 교차해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같이하는 오랜 시간, 남게 되는 짧은 기억, 그리고 깊이 각인되는 감정.

세상에 나오면서 돌아갈 때까지의 인생은, 길지만 짧기도 하고, 짧지만 길기도 하다. 올해도. 내년에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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