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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를 생각하다
제목 '주파수'를 생각하다
등록일 2010.08.24 조회 6063
전수연 이미지
전수연방송·전파정책연구실
연구원

만약에 사무실 안에 여러 개의 무선기기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들은 기기 사이의 주파수 간섭에 의한 오작동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각 기기마다 할당된 주파수 band를 가지고 조화롭게 작동하고 있다.

만약에 이러한 규정이 어느 순간 지켜지지 않게 된다면 즉, 기기들이 자신의 규정된 주파수 임계치를 넘어서 주변에 있는 기기의 주파수 영역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얼마가지 않아서 곧 기기들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될 것이고, 곧 사무실은 무질서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도 기기 사이의 규정과 마찬가지로 약속이 있다. 기기에 주파수 band가 서로 간의 간섭을 회피하여 서로 조화롭게 작동하기 위한 것인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도 역시 사람들 간의 갈등을 미리 예방하고 서로 조화롭게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다만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기와의 차이점이라면 기기는 규정이 주파수 하나로 단순하지만, 사람의 경우에 그 약속은 개인 간에 형성된 암묵적인 룰과 같이 매우 사소한 것으로부터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에티켓’이라는 문화현상까지, 그리고 그 사회만의 전통이나 도덕처럼 비문서화 되어 있는 것부터 헌법과 같이 문서화 되어 있는 것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약속의 ‘다양함’은 기기 간의 간섭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기기의 주파수 영역과 같이 한 가지 항목으로 되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수치로 정확하게 명시할 수 없는 것들도 많으므로 인간 사이의 갈등은 훨씬 더 자주 일어나고, 훨씬 더 복잡하며, 훨씬 더 풀어나가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단과 집단 사이처럼 문서화 된 규범이 많은 경우에는 덜 하지만 문서화 되어 있지 않는 규범이 대부분인 개인과 개인 간의 갈등문제는 영원히 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두 개인이 서로 안보고 말면 되는 사이면, 그냥 서로 소원해지면 끝이다. 하지만 이들 두 개인이 한 회사나 조직처럼 공통된 목표를 가진 집단의 일원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 두 명은 조직 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빚게 되고 이는 그들이 속한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만약에 사람 간의 갈등의 문제가 이렇게 서로간의 ‘문서화’된 규범이 부족해서라면 기기에 주파수 영역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개인 간에 서로 침범해선 안 될 것들을 최대한 많이 발굴해 내서 이에 대해 규정을 만들고 이를 문서화한다면, 기기들 간의 간섭현상이 사라져 조화로워지는 것처럼 이러한 사람들 간의 갈등은 사라고 조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곧 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먼저 기기간의 갈등이 주파수 간섭 문제라는 단순한 상황인 것과는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case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조항과 룰을 갈등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만든다고 해도 이를 벗어나는 문제들은 계속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 간의 갈등상황이 오는 것을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정확한 spec을 가지고 대량생산되는 기계와는 달리 인간은 모두 개개인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므로 사람 간의 갈등문제는 그들 두 사람 간의 고유한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문서화된 규약이 당연히 있을 수 없으며 규약에 앞서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주파수와 간섭기준이라는 기기들 사이의 규약과 같이 단순한 기기들 사이의 해법을 사람 간의 갈등이라는 매우 복잡한 사회 문화적 현상에 접목시키려고 했던 처음의 시도가 너무나도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자. 꼭 어리석은 생각으로 치부할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사람들 사이의 갈등 문제를 다시 살펴보니 규약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도 있지만 서로 간에 합의된 규약을 잘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 수 있다는 것을 곧 생각해낼 수 있었다. 조직에서 나에게 할당된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 약속한 미팅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 약속된 납기일을 잘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 등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주변의 많은 경우를 쉽사리 떠올려 볼 수 있었다.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규정되고 합의된 문제만 잘 지키더라도 많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 문제가 해결되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규정되어 있지 않거나, 문서화, 수치화 될 수 없는 사람들 간의 갈등 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런 것에는 그들만의 고유한 문제인 경우가 많고 더 나아가 또 옳고 그름을 판가름할 수 없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갈등의 해결책은 결국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기심을 줄여서 타협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에 기기들간의 간섭 현상이나 사람들 사이의 갈등 현상의 핵심은 결국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결국 자신의 ‘주파수 대역’을 더 많이 가져가려는 이기심을 줄이고 상대방에 대한 좀 더 많은 배려심과 이해심을 가지고 서로 ‘주파수 대역’ 양보하려는 노력을 할 때에 갈등상황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기계는 그 속성에서 너무나도 다르지만 갈등상황을 해결하고 그들 사이(사람과 사람, 기계와 기계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해법은 서로 닮은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인간 간의 관계가 기계 간의 관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지만 주파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주파수 대역을 설정하는 기계처럼 사람들도 미리 갈등을 피하기 위해 규범을 정한다. 더 나아가 미리 예측되거나 정량화하기 힘든, 그래서 규범을 적용할 수 없는 인간 간의 문제들의 경우에는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인간만의 갈등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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