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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편지 ,휴대폰 ,생각하며 연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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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쓰는 편지
제목 손으로 쓰는 편지
등록일 2009.12.22 조회 5202
신유림 이미지
신유림미래융합연구실
위촉연구원

아이폰과 옴니아2의 성공적인 출시를 시작으로 국내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사람들의 상당수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인구밀도가 높은 틈을 노려 뭘 보고 있는지를 슬쩍 곁눈질 해보았다. ‘띵동띵동, 메시지 왔어’, ‘뻐꾹뻐꾹’, ‘드르릉’ 하는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문자질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 지하철 휴대폰 사용의 대세가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드라마, 영화, 미드, 오락 프로그램을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휴대폰의 외형도 많이 변해서 ‘slim&small’을 부르짖던 과거와는 달리 풀브라우징을 실현해 줄 수 있는 시원시원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여전히 2G에 답답한 화면, 누를 때 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내는 휴대폰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풀터치폰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옆에 있는 문자까지 눌려서 불편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은 기우였나 보다.
 
KISDI 입사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이 생각난다. “본인의 삶이 얼마나 디지털화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휴. 내게 언제나 위협감을 주는 단어 ‘디. 지. 털.’ KISDI에 있다 보면 기관 특성상 정보통신의 발달에만 익숙해지기 쉽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나만의 아날로그적 낭만에 잠시 빠져보려고 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휴대폰의 발달이 우리의 삶을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켜 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삶에서 ‘낭만’ 한 조각을 베어간 듯하다. 최근에 누군가에게 손으로 쓴 편지를 보내거나 받아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것이다. 나는 가끔씩 오래전부터 모아둔 편지를 꺼내서 읽어보곤 한다. 평소 무뚝뚝한 아버지가 처음으로 내게 보낸 생일 축하 카드. 짧게 ‘우리 딸, 생일 축하한다.’ 하고 적으신 걸 보니, 많이 어색하고 부끄러우셨던 모양이다. 함께 살긴 하지만 늘 대화가 적은 남동생이 군대에서 보낸 편지. 그동안 내가 알아오던 악필이 아닌 걸 보니, 나름 또박또박 신경써서 썼겠지. 힘들지 않은 척 하려고 일부러 의젓한 티를 내고 있다. ‘p.s. 그런데 특별히 잘 나온 누나 사진 한 장 보내주면 안될까?’라는 마지막 글귀에서 앞의 뭉클함이 금세 사라지지만. 편지 모음 한켠에는 오래 전 남자친구의 편지들도 있다. 자기는 악필이고 편지 같은 건 간지러워서 못 쓴다더니, 편지에는 사랑과 애교가 넘쳐난다. 구석에 노트패드 한 장이 꾸깃하게 접혀있다. ‘내가 저런 편지를 받은 적이 있나?!’ 군대 간 남자친구가 옷을 보내는 상자에 몰래 보낸 짧은 메모다. 나는 잘 있으니 걱정말라는 한 마디지만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몰래 그 편지를 쓰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진다.

손으로 쓰는 편지는 ‘기다림’이라는 또다른 묘미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유행에 휩쓸려 갑작스럽게 휴대폰을 갖게 된 나. 그만 첫달 전화요금이 20만원이 나오고 말았다. 나는 장문의 반성문을 써서 엄마에게 전달했다. 엄마가 내게 답장을 주기까지 가슴 졸이며 기다리던 하루. 하지만 손으로 쓴 편지에 엄마는 나의 잘못을 묵인해 주셨다. 편지와 기다림하면 펜팔의 추억도 잊을 수 없다. 이름과 나이, 어디에 사는지 정도 밖에는 모르는 타지의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는 지루한 일상에 신선함을 더해주었던 것 같다. 내가 보낸 날짜와 그쪽에서 보낼 날짜를 계산해서 답장이 올 날 즈음엔 우체통을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가장 최근의 설렘은 갑작스럽게 교환학생을 간 남자친구의 편지였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1분이면 편지가 오고 가지만 오프라인에서 해외우편은 아직도 열흘씩이나 걸린다. 이메일로 편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일 아파트 우편함을 들락거릴 때의 기다림과 설렘을 잊을 수 없다. 평소에는 무관심하던 우체부 아저씨의 오토바이를 보면 ‘내게 줄 편지는 없을까?’ 하고 기대도 해본다. 그리고 얼마 후, 우편함에 꽂혀 있는 노란색 편지 봉투! 그리고 손으로 쓰여있는 우리집 주소. 혹시나 봉투가 상할세라, 칼로 조심조심 편지봉투를 뜯지 않았던가.


손으로 쓰는 편지는 정보전달 외에 다양한 느낌까지도 전달해 줄 수 있다. 필체에 따라 얼마나 고민하고 정성들여 썼는지, 얼마나 긴장하고 긴박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다. 발신자가 선택한 편지와 카드의 디자인은 그 사람의 취향을 반영하기도 한다. 때로는 편지지를 접기 전에 내가 쓰는 향수를 한번 뿌려주면, 받는 사람이 편지봉투를 여는 순간 잠깐이나마 내가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손으로 편지를 써본 적은 언제인지, 그런 편지를 받은 적은 언제인지 한번 회상해 보자.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에는 손으로 쓴 카드와 편지를 보내보자. 매일 보는 가족이라도 집 주소로 카드를 보내면 부모님은 분명 감동하실 것이다. 올해는 특별히 친구들에게 문자가 아닌 조그마한 카드를 전달해보자. 카드를 쓰는 10분 동안 그 친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필자의 경험상 카드를 받은 친구들의 반응 또한 생각보다 열광적이다. 특히 우편으로 보내면 두 배로 감동받는다. 연인에게는 정성이 담긴 선물과 함께 사랑이 넘치는 편지를 써보자. 준비한 선물이 두 배쯤 성의있고 비싸보이는 효과가 있다. 단, 편지를 너무 대충 쓰면 선물의 빈약함을 커버하려는 것으로 보이니, 반드시 진심이 담긴 ‘사랑해’ 라는 말을 잊지 말도록!

사소한 것이지만 디지털 기기의 물결 속에 잊혀졌던 손으로 쓰는 편지에 대한 짤막한 단상이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과거의 편지들을 한번쯤 다시 읽어 보고, 그 때의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손으로 쓴 편지로 보다 훈훈한 연말 연시를 보내길 바란다. 모두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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