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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사기/노루귀를 만나다(2010년 3월 13일)
제목 첫 출사기/노루귀를 만나다(2010년 3월 13일)
등록일 2010.04.05 조회 5140
곽성근 이미지
곽성근감사심사국
1급행정원

지난해 무모했던 수리산을 대첩을 떠올리면서 ...

올핸 기필코 변산아가씨(변산바람꽃)를 꼭 만나고 말리라 다짐을 하고 또 다짐을 했다.

거금을 들여 DLSR카메라(캐논 50D)와 렌즈 2개(캐논 100㎜미리 매크로, 탐론17-50㎜ 표준)를 구입하고 주변기기도 장만하여 봄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린 탓에 올핸 조금 더디게 오시겠지 짐작하면서 몇 일 흘려보내고 나니 ...

인터넷에는 이미 2월말 3월초에 찍은 곱디고운 변산아가씨 사진들이 올라온다. 너무 골똘히 생각하는 바람에 그만 변산아가씨 만나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래도 늦게 오시는 분이 있겠지 하면서 인터넷을 뒤져 얻은 힌트를 토대로 변산아가씨가 있을만한 수리산 수암봉 쪽을 공략하려 했었다 .

그런데 수리산 종주를 하고도 만나지 못한 지난해 악몽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이다. 너무 변산아가씨만 쫓다가 죽도 밥도 안 되는 건 아닐까 ? 이러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복수초 , 노루귀, 현호색도 못 만나는 건 아닐까?

그래 결심했어 ! 변산아가씨는 포기하고 보다 확률이 높은 그들을 만나러가는 거야.

하지만 , 결심만 하면 뭐하는가, 결정적으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데...

그런데 아내의 도움으로 과천 살 때 이웃으로 사시던 분을 떠올리면서 예상외로 쉽게 답을 얻게 된다 . 그분은 몇 해전 남편분이 지리산지기로 취직하여 지금은 전북 남원에 살고 계신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시고 그러다보니 야생화에 대한 식견과 사진 실력도 있으신 분이다 . 아내의 말에 의하면 남편분은 유명한 디카클럽 회장을 지낼 정도로 그 분야에 고수시란다. 그냥 과천에 계속 사셨으면 참 좋았을 텐데...ㅎㅎ

그분 말에 따르면 강화도 어디에 가면 복수초가 있고 또 어디에 가면 노루귀 , 현호색, 꿩의 바람꽃이 있단다. 꿩대신 닭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볼 때는 노루귀와 복수초도 변산아가씨 다음으로 봐줄만 하다 . 암튼 가슴 두근거리며 그들과의 만남을 위해 집을 나섰다. 중간에 좀 헤맨 거 포함해서 두 시간 가량 걸려 첫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눈을 뚫고 피어난다는 복수초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그곳엔 승용차 몇 대만 서 있고 사람들은 보이질 않는다 . 절에 오신 분들인가? 아니면 나처럼 복수초를 만나러 오신 분들인가 ? 어디로 가야 복수초를 만날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기를 수차례, 주차장 바로 아래 복수초를 담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 얼마나 산속을 헤매고 다녀야 님들을 만날 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수월하게 만났다.

저분들은 고수들일 텐데 왕초보인 내가 끼어들면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노출은 어떻게 하지 , 그리고 조리개는, 아이에스오는, 머릿속이 하얘진다. 뭐 별거 있나 무식한 것이 젤로 큰 빽이니 그냥 함 부딪혀 보는 거지 뭐. 복수초가 지천에 널려 있지만 그 중에서도 분명 가장 예쁜 것이 있을 게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더니 쓰러진 고목들을 비집고 피어난 눈부시게 아름다운 복수초가 있었다. 동호인들로 보이는 대여섯 분들이 번갈아 가며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내가 고수들 사진 흉내라도 내려면 일단 저 사람들 틈에 일단 끼어들어야 한다 .

휘리릭, 머릴 굴려서는~~

'와 !! 이뿌다' 작은 소리로 감탄사와 함께 눈인사를 던지며 나의 존재를 알린다. 경계를 풀었는지 그들 중 한분이 '이 꽃이 여기서 젤로 예쁩니다'라고 귀뜀해 준다. 어떤 아저씨께 '찍은 거 함 보입시더, 와! 어쩌면 이리 잘 찍을 수 있습니까?' 라고 했다. 잘 찍기도 했지만 물론 그 칭찬은 나에게 돌아올 배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저는 카메라 장만하고 처음 나왔는데, 이런 날씨에는 어떻게 찍어야 합니까?' 라고 했더니 그 아저씨 ,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보지 않은 것 까지 아주 소상하게 알려주신다. 어떤 여자분은‘야 ! 비켜드려라 초보 아저씨 사진 좀 찍으시게...', 또 어떤 분은 ‘xx야 , 니가 캐논 박사잖아, 이분께 잘 찍는 방법 좀 일러드려라'고 하신다. 칭찬과 고수에 대한 소박한 대접은 이내 그 이상의 호의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 왔다. 암튼 뭔 말인지 잘 모르지만 알아듣는 척하고는 본격적으로 복수초와 입맞춤을 시작했다. 땅에 납작하게 엎드리고 , 옆으로 눕고, 쪼그리고...

키 작은 복수초를 담기 위해서는 별의별 포즈를 다 취해야 한다. 처음엔 조금 쑥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자 고수라도 된 듯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나름의 컨셉을 갖고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

복수초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는 사이에 벌써 두어시간이 지나버렸다. 나보다 훨씬 먼저 오신 분들은 아직도 떠날 생각을 않고 있다 . 날 기다리고 있을 노루귀도 아른거리고 무엇보다 하나밖에 없는 배터리가 다 달아버리면 다음 일정을 다 망쳐버린다는 생각에 몇 장만 더 찍고는 다음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화려한 청노루귀와 은은한 백색 노루귀의 자태를 떠올리니 다음 장소가 멀기만 하다. 한 시간이나 걸려 도착하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자 ! 이제 노루귀를 만나야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벌렁거린다.

노루귀도 식후경이라고 ... 도시락을 먼저 까먹고 , 과일도 꺼내서 우적우적 베어 먹고, 따끈한 커피도 한잔 마시고... 집 놔두고 나온 사람 뭐가 예쁘다고 이래 바리바리 싸줬 을꼬...

변산아가씨도 그렇지만 노루귀도 대강의 위치만 알아서는 담을 수가 없다. 손가락 두 세 마디 정도로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낙엽사이로 올라오는 탓에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 염치 불문하고 또 남원 그분에게 전화를 걸어 노루귀 거처를 물으니 계단길 어쩌고 저쩌고 하시면서 정확한 위치를 알려 주신다 .

그분이 가르쳐 주신 곳에서 헤매기를 몇 십분...

앗! 노루귀닷!

비탈지고 양지바른 곳에 정말 예쁘고 앙증맞은 청노루귀가 서 있었다. 아직은 겨울기운이 남아있는 곳에서 낙엽 사이로 고개를 쏙 내밀고 있는 청노루귀. 마치 가냘픈 노루가 귀를 쫑긋 세우고 주위를 둘러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쩌면 저리도 예쁘게 피어날 수 있을까 ? 신이라면 저리 빚어낼 수 있을까? 노루귀를 처음 본 순간 난 숨이 멎는 듯했고 가슴이 떨려 죽는 줄 알았다. 복수초보다 훨씬 더 작은 노루귀를 담으려면 정말 바닥을 기어야 한다 . 그와 같은 높이에서 때론 그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담아야 하고, 같은 꽃이라도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옷에 흙이 묻는 것 따위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시계는 벌써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노루귀에 빠지다 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사이 별로 예쁘지는 않지만 '현호색'도 만나고 '꿩의 바람꽃'도 만났다. 지금쯤 집에 가야 성당에도 가고 내일 지방 내려가는 데도 지장이 없다 .

그래, 이만하고 집에 가자. 툭툭 털고 막 일어나는데 저만치서 어떤 남자분이 걸어오시더니, 저기 가면 흰색 노루귀도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찍은 것을 자랑삼아 보여준다 . 난 '와 예쁘다 어디 있는지 좀 가르쳐 주이소' 하면서 빨리 만나고픈 마음에 그분을 재촉해댔다. 정말 그곳에는 청노루귀와는 또 다른 기품을 띤 하얀색 노루귀가 꼿꼿이 서있었다.

하하호호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마터면 좋은 기회를 놓칠 뻔 했습니다' 캄시로...

그사이 어디 사라지기라도 할까봐 얼른 몸을 땅에 바싹 붙인 채로 셔터를 눌러댔다.

근데 갑자기 이 양반이 '엿 좀 드세요'하면서 엿이 담긴 용기를 내밀었다. 난 고맙다고 하면서 덥석 한 개를 집어 먹으면서도 속으로는 '이양반이 나보고 엿 먹으란 이야기야 뭐야 , 약주고 병주는 건가' 하면서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조금 있다가 또 이양반이 '엿 더 드세요' 하는 바람에 정말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지금 저보고 엿 먹으라는 겁니까 '하면서 크게 한바탕 웃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없고 ...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엿에는 참새는 모르고 봉황만이 아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여기에 흰색 노루귀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는 나의 질문에 그분은 엿장수한테 엿을 사주고 이곳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 음~ 이렇게 해서 고수에게 또 하나의 노하우를 배우게 되는구나 싶다. 덕분에 흰색 노루귀도 담고 엿도 얻어먹었으니 나도 뭔가를 건네야 하겠기에 복수초 찍은 거 보여주면서 위치를 알려드렸더니 아저씨 넘 좋아하신다.

바로 그 순간 아내로부터 문자가 날아든다. '여보! 어디쯤 오고 있어요'라고...

벌써 5시40분이다. 지금가도 성당엔 갈수가 없다. 조금 서두를 걸. 내일 새벽 6시 미사에 참여하기로 하고 천천히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첫 출사라 사진은 별로지만 꿈에 그리던 님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경험했으니 더 없이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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