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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있는 고정관념은 없다
제목 근거 있는 고정관념은 없다
등록일 2010.04.20 조회 6425
이영종 이미지
이영종우정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정관념에 접하게 된다. 어느 지방 출신은 어떠하다, 키 크면 싱겁다, 흑인들은 난폭하다, A형 혈액형은 소심하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스테레오타입은 과학적 근거 없이 일반화된 개념이 대부분이다. A형이 소심하고, B형은 개인적이며, O형은 자존심이 강하다는 식의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특성이 이미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주위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고 구분하는데 혈액형을 많이 활용한다. 이렇듯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스테레오타입은 보통 경험에 기초한 통계적 결과로 그 타당성을 설명한다.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러저래해...” 그러면 어떤 현상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할 만큼의 많은 사례를 접해 보았을까? 혈액형에 따라서 사람의 성격적 특성을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서 혈액형을 물어보고 그 사람의 성격적 특성을 혈액형별로 구분하였는가?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경험하지 못했고 통계적으로도 입증할 만한 경험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고정관념을 맹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이러한 고정관념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견고히 되는 것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면 이러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선호하는 데는 사회적 이유와 인지적 이유가 있다. 고정관념은 보통 사회적으로 통념되는 개념이다. 사회적으로 통념되는 개념을 개인이 부인할 경우 사회적으로 여러 사람들과 인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식되기 때문에 개인은 이러한 불편함을 회피하고자 한다. 즉 사회적인 통념을 따르는 것이 마음 편하다. 인지적인 이유는 고정관념을 기초하여 현상을 이해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인지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지각하는 현상이나 정보를 나름의 방식에 의해서 인지적인 처리를 해야 하는데 지각하는 모든 현상이나 정보를 새롭게 이해하고 평가하여 일반화를 통해 기억하는 것은 인지적으로 굉장히 피곤할 작업일 뿐 아니라 사실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틀을 통해서 현상이나 정보를 쉽게 처리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고정관념을 바라보면 고정관념은 굉장히 유익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적 공유와 인지적 노력의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개인차원의 혜택만 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정말 맞는 것이며 고정관념을 통해서 새로운 현상이나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정말 사실 그대로를 이해하는 것인지를 고민한다면 고정관념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고정관념을 단어 그대로 관념이 고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왜 그럴까? 고정관념의 개인의 인지적 노력을 굉장히 경감시켜 준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무너지면 기존에 축적되었던 정보를 새롭게 해석해야 하며 향후 새롭게 지각되는 현상이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인지적인 틀을 짜야 하므로 혼란스럽다. 따라서 개인은 고정관념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상반되는 정보를 수없이 접하게 된다. 이렇듯 고정관념과 상반되는 정보가 많이 들어온다면 개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되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고정관념과 상반되는 정보를 많이 접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정관념은 더 견고해 지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정보를 버리거나 만약 그 정보가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의 예외로 처리(subtyping)해 버린다. 일본인이 교활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거사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일본인 사례를 접하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 속은 복잡해진다. 이때 인지적 혼란함을 간단히 해소하기 위해서 일본인이 교활하지 않다는 정보는 일본인이 교활하다는 고정관념의 예외로 처리하게 된다. [책표지]현자에게는 고정관념이 없다 따라서 개인의 고정관념은 그대로 유지된다. 반대로 일본인이 교활하다는 사례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더욱더 견고히 만드는 재료로 이용된다. “그래 역시나 일본인은 교활해” 라는 식으로...

따라서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어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있어 방해요소로 작용될 수 있다. 만약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일반화된 개념이 아니라 개인 사고방식이 고정화된다면 이는 고집이 된다. 현상을 처리하기 위한 고정관념과 같이 고집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다른 것들은 배척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만약 누군가 자신의 신념과 사고방식에 상반되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신념이나 사고방식으로 인정되는 사례를 접하더라도 그것을 예외로 처리함으로써 고집은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이러한 고정관념이나 고집이 개인 측면에서 이용된다면 그 폐해는 개인이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나 만약 조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위치에 있다면 그 폐해는 조직에 미칠 수도 있다. 따라서 사고의 유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편향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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