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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방송통신 ,정책 ,생각하며 연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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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과의 결별
제목 익숙한 것과의 결별
등록일 2009.10.26 조회 5416
허다혜 이미지
허다혜통신정책연구실
위촉연구원

익숙한 것과 잠시 거리를 둘 때 일상에는 메워야 하는 빈틈이 생긴다. ‘어색함’, 혹은 ‘긴장감’으로 통칭할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틈새는 비교적 장기간 자연스럽게 일상적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입사 후 쭉 지내던 방에서 바로 옆방으로 얼마 전 자리를 옮겼는데, 책상이 바뀌자 업무에 집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예전 책상보다 약간 더 말끔한 새 책상, 물주는 대로 쑥쑥 잘 자라는 커다란 초록 화분, 방실방실 잘 웃는 귀여운 동료 등 업무 환경을 기분 좋게 만든 여러 변수가 함께 작용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바뀐 자리에 적응하느라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상대적 긴장도가 높아진 것이 괜히 더 빠릿해지는 요인 같다.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자발적 기분 전환은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발생시키기 어렵다. 판단의 변화에는 일반적인 인과관계가 있지만 감정 변화의 경우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기분, 즉 감정변화에 의해 좌우되는 인생의 핵심구성요소에는 이성도 포함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의 비밀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분을 잘 살피는 데 있다” 라고 언급하며 <기분>으로 표현되는 심리적·감정적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된 다양한 필수요소를 쥐락펴락함을 단적으로 설명한다. 조직 이론에 심리학을 접목한 허버트 사이먼의 197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가장 이성적인 경제학적 의사결정에 심리학적 요인이 작용함을 학계에서도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유념해야할 사항은 지속적인 긴장이 변화에 따른 피로를 동반하여 구성원들을 지치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혁 피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동안 꽤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개혁 피로에 적응할 시간 없이 또 다른 변화가 연속되면 환경을 꾸준히 주시하고 변화를 관찰하려는 능동적인 태도, 즉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게 된다.

조정자와 비전 제시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올바르게 수행되려면 정책의 수요자이자 정책 적용 당사자인 방송통신 영역 및 시민사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시장영역-시민사회-정부가 협동하여 함께 움직이는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協治)적 체제가 최근 행정학계에서의 지향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복지, 인권, 보편적 서비스 등 사회적 영역에 대한 정부의 개입범위가 넓어지고 있는데, 범위가 넓어진 만큼 날로 발전하는 시장의 기술과 성숙된 시민사회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이슈들은 오히려 주도적 정부(Government)가 100%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적 체제에서의 정부 역할은 정책제안자 및 집행자로서의 기존역할과 더불어 개별 구성원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며 중장기적인 비전과 이를 향해 나아가는 큰 방향을 제시하는 조정자적 역할이 포함되며, 시장과 시민사회도 정책의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된다. 

정부에서 중장기적 비전제시를 위해 시장을 분석하고, 시장구성원 간의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한 모니터링 및 전문 정책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꾸준히 투입된다. 활용되는 자원의 양은 막대한 반면 산출물의 측정(measure)이 힘들다는 점이 행정의 특징인데, 특히 조정적·상생적 정책방안은 정책 수립 및 정책의 사후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가시적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쉽지 않다. 

방송통신영역은 보통 수준 이상의 긴장감이 요구되는 복잡한 시장이다. 방송분야와 통신 분야의 융합, 디지털 전환, 방통융합의 대표적 신생매체 IPTV 관련 법 제도적 사안들, 기업 통합, 신생 방송매체 및 협회들 관련 사안들 등 전문적이면서도 그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없이 쏟아진다. 반면 대응할만한 시간적 여유는 변화의 속도에 반비례하여 늘 빠듯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시인의 “풀꽃”

자세히 오래 들여다 볼 만큼 시간을 들이는 행위는 대상에 대한 중요성의 인지와 더불어 좋은 기분, 그리고 적당한 긴장에서 나온다. 방송통신 서비스 시장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에 시급한 현안에 대한 단기적 성과물을 기대하고, 실수에 대한 가차 없는 지적이 뒤따르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방송통신의 개별 서비스는 제공자 및 이용자, 각 사업영역은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특정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의 효과와 파급력을 효율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이슈에 일일이 대응하는 명쾌한 방안 또한 쉽게 도출되기 어렵고 쉽게 도출해서도 안 된다.

정책 제안자 및 집행자와 관련 연구기관에서 더 자세히 오래 지켜보며 정책연구를 위해 인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거버넌스적 행정의 또 다른 주체인 시장영역과 시민사회 또한 지적에 익숙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여기에 동참해야하지 않을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보통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이를 통해 초래되는 적정 수준의 긴장감은 변화에의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 본 제목은 구본형의 동명 저작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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