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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전국일주
제목 자전거로 전국일주
등록일 2008.07.07 조회 6010
홍순식 이미지
홍순식미래전략연구실
연구원

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무모한 전국일주이다. 이맘때면 늘 생각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동아리 후배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다음 주 전국일주를 떠나는데,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쉽지만 나와 똑같은 직장인들은 업무상 참석하기 힘들다. 그래도 심정적으로 나마 후배들이 잘 다녀오기를 기원한다.

후배와의 통화를 마치면서 문득 13년 전 이맘때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 준비없이 자전거 한 대에 몸을 맡겨 전국을 일주했다. 다른 선배 및 동료들은 출발 며칠 전부터 기초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고 있을 때, 친구들과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갔다 와서 바로 다음날 출발했다.

이러다보니 첫날부터 고생길이었다. 단장은 내가 자전거를 잘 타는 줄 알고 맨 끝에 세웠는데, 자동차 6대가 막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고, 같이 갔던 단원들을 잃어버려 엉뚱한 길로 몇 시간을 갔다. 결국 단원들을 못찾고 첫날 일주를 포기하고 집으로 가고 있던 중에 친구들을 만나 다행히도 단원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몇 분 가자마자 자전거 바퀴가 휘어져 고치는데 두 시간 이상 걸렸고, 브레이크가 들지 않아 경사길에서 선배를 들이 막아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했다. 많이 다쳤을가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도 선배는 ‘화이바(헬멧)에 김치 국물 몇 방울만 흘렸을 뿐(피가 조금 날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첫날이 지나갔다.

이렇게 첫날을 보내다보니 22박 23일을 어떻게 보낼지 눈앞이 깜깜했다. 본의 아니게 선배를 낭떠러지에 민 결과로 동료들의 눈총이 따가운데다가 아침에 사열을 하면서 단장이 화이바(헬멧)를 던지라고 해서 던졌더니 단장의 다리사이로 들어간 것이다. 알고 보니 단장은 오다리였던 것이다. 이 일로 단장에게도 미움을 받았다.

나는 며칠 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내면서 열심히 일주를 했다. 우리 일주에 가장 어려운 코스인 대관령을 넘어 마침내 강릉에 도착했다. 매일 35C에 가까운 태양과 싸우면서, 도로에 흰 줄만 보면서 어렵게 도착했다. 그런데 여자 단원 한 명이 젓가락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일주가 아닌 평상시 생활이라면 젓가락 하나 사고 말지만, 일주의 규정상 어쩔 수 없이 대관령을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젓가락을 찾아서 왕복 40Km를 가야했는데, 지원자가 없었다. 나는 며칠 전 실수를 만회해 보고자 자원했다. 대관령을 다시 가는 것은 정말 무모한 짓이었다. 자원했으니 어쩔 수 없이 대관령으로 향했고, 점심을 먹었던 분교 수돗가에서 젓가락을 찾았다. 그 친구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지만 다시는 대관령에 올라가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어려운 전국일주를 다니면서 좋았던 점은 우리가 지나가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심이었다. 원주를 지날 때쯤 더위와 모기로 힘들어서 낮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정도였다. 낮에 나무그늘에 쉬고 있는데, 그 곳에서 약국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젊은이 대견하다면서 힘내라고 박카스와 피로회복제를 주셨다. 요즘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데, 어려운 일주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보여준 관심과 배려는 전국일주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반찬이나 쌀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분들도 많았다. 우리는 규정상 민폐를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호의를 거절하면 안될 것 같아 거의 다 받은 것 같다. 그러나 그분들이 베풀어준 호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여름휴가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남일 같지 않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전국일주를 하면서 각종 사고를 많이 친 선배이기에 후배들이 다음 주 전국일주를 떠난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 때론 무더위, 모기, 음식, 사고 등과 싸워야 하는 힘든 일정이지만 일주를 다니면서 몇 가지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힘들 때 함께 할 수 있는 동료애, 팔도의 인심, 대학시절의 낭만, 조상의 숨결이 담긴 문화재에 대한 애착, ‘나’라는 울타리를 넘어 다른 세계에 대한 문화를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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