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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편안함에서 깨어나
제목 익숙한 편안함에서 깨어나
등록일 2008.10.21 조회 5430
이일주 이미지
이일주방송통신정책연구실
연구원

5년 쯤 전,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처음으로 떠나는 유럽여행에 무척이나 들떠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로마의 트레비분수 앞에서 먹던 아이스크림, 베네치아의 곤돌라위에서 잘생긴 이태리 아저씨가 불러줬던 산타루치아, 스위스의 깨끗하고 맑은 호수와 평화로워 보이던 마을. 모두 아직까지 생생한 기억들이지만 무엇보다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마을마다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던 두오모(Duomo)성당들이었다. 커다란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빛을 받아 반짝이고 멀리서는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조용히 들려와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한 느낌을 주었다.

파이프 오르간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설고 흔하지 않은 악기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중세이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어 로마를 중심으로 그리스도교 교회에 도입되었으며, 8세기 이후에는 교회의 위엄을 상징하기 위해 대규모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언뜻 보면 피아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건반악기라는 사실만 같을 뿐이지 연주방법이나 소리를 내는 원리는 전혀 다르다.

오르간은 피아노처럼 현을 망치로 때려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휘파람을 부는 것과 같이 파이프 속으로 바람이 넣어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파이프의 길이나 재료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와 음색이 달라지며, 공기조절판이 각각의 건반과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는 건반을 통해 바람을 조절하여 소리를 만들어 낸다. 파이프를 통해서 플릇소리를 내기도 하고, 바이올린 소리, 트럼펫 소리도 만들어 낸다. 그래서 간혹 사람들은 오르간을 '오케스트라 악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Passau Catherdal - German Leipzig - German

또한 오르간은 발을 이용해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페달이라고 하면 단순히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오르간에서의 페달은 손으로 연주하는 건반과 같이 일종의 발로 연주하는 건반이다. 생각해보면 오르간 연주자들은 손과 발을 이용해 최소 3개 이상의 건반을 연주해야 하니 참 힘들 것 같기도 하고, 그 모습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 오르간 연주자의 뒤에는 발이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내가 파이프 오르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터였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자주 접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란 탓에 어렵지 않게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아는 분의 소개로 오르간 연주자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직접 오르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악기를 만지면서 조금씩 오르간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눌러서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는 다르게 오르간은 내가 어떤 스탑을 선택하는지(연주자는 스탑을 통해 파이프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건반에서 연주하는지에 따라 같은 곡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오르간 공부가 벌써 8년 쯤 되어간다. 그동안 연주회도 한번 했었고, 지금은 교회에서 반주자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내가 연주하는 오르간 소리를 들으면서, 소리가 매번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좋아하는 음색이 있으니 그 계열의 음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익숙해 지다보니 어느새 나의 오르간은 다양한 소리를 자랑하던 ‘오케스트라 악기’가 아닌 그저 누르면 소리가 나는 단순한 악기가 되고 말았다. 단조로워지는 나의 연주를 들으면서 문득 나의 하루하루도 이렇게 단조로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그동안 내가 그려왔던 꿈들은 모두 잊어버린 채 익숙한 편안함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하루를 사는 일이 조금은 두렵고 조심스럽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을까.

오늘은 조금 움직여야겠다.
묶어두었던 마음도, 잊었던 삶에 대한 욕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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