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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의식의 소음
제목 생각: 의식의 소음
등록일 2016.12.14 조회 3575
육은희 이미지
육은희방송미디어연구실
위촉연구원

지난 주말, 홀로 파주의 헌책방 카페를 찾았다. 오래된 서점 느낌의 카페에는 소설책부터 에세이, 어린이 도서까지 다양한 서적들이 빼곡히 들어서있었고 입구 한 켠의 음악감상실에서는 레코드판이 돌아가고 있었다. 대여섯 살 남짓해 보이는 꼬맹이들의 떠들어대는 소리만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구석진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복도 책꽂이에서 뽑아온 에세이를 테이블 한 귀퉁이에 올려두고는 노트북을 열었다. 글로벌 기업의 기술경쟁에 관한 기사,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기술을 적용한 공기청정기 및 에어컨 컨트롤 시스템 개발에 관한 기사, 평범한 20대 여성의 금융권 취업 성공에 관한 기사까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누군가들의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조바심이 들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고 그런 생각들은 또다시 나의 일과 능력,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이어졌다.

회사에 들어온 지 5개월째,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도 뛰었던 것 같다. 밀려드는 업무에 야근은 물론 회의장소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노트북을 켰다. 바쁜 와중에도 자기개발에 힘쓰는 동료들, 나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인생의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고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나를 자극했던 혹자의 이야기를 하자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한 후 더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서 아침 7시에 일어나 헬스를 한 뒤 출근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평일 저녁에는 공부를, 주말에는 자격증 시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하기로 다짐했었고 2017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웠다. 처음 며칠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또 며칠이 지나자 뿌듯함이나 대견스러움보다는 피로감이 더 크게 밀려왔고 이윽고 ‘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하지?’,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면 돼!’, ‘아니야! 나태해져서는 안 돼. 좀 더 분발해야해!’라는 잡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은 머리 아픈 현실을 외면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에세이를 집어 들었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행복할까?>라는, 지금 내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제목의 책이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생각이란, 좋은 생각이든 나쁜 생각이든 실상을 보는 것을 가로막는다.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생각에 휩싸이지 말라는 말도 있다. … 어쨌건 인간인 이상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바는 동물들처럼 이성을 버리라는 말보다는 사물에 대한 선입견, 근거 없는 망상, 끈질긴 불안들에 대한 주장일 것이다.'

 

결국, 너무 많은 생각은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말이고, 다르게 해석하자면 쓸데없는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뭐라도 좋으니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뜻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머릿속이 다시 시끄러워지는 기분이다.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는지 카페 안은 고요했고 음악감상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만이 카페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음 곡을 준비하기 위해 레코드판이 멈춰섰다. 순간의 정적이 흘렀다. 노트북에서 새어나오는 전자기기의 미세한 진동 소리,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작은 소리가 유난히 성가시게 들려왔다.

머지않아 레코드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작은 소음들보다 훨씬 더 큰 소리로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의 성가심은 사라지고 없었다.

‘왜 그토록,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예민했던 걸까’

엄마에게 연신 질문을 해대던 꼬마들의 목소리, 짧은 정적에서 느껴졌던 작은 소리들만이 나를 성가시게 하는 소음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분명, 그 보다 더한 무언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고민 또한 근거 없는 망상과 끈질긴 불안일 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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