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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진보에 앞서 생각해볼 기술 발전의 파장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고민
제목 기술 진보에 앞서 생각해볼 기술 발전의 파장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고민
등록일 2015.11.24 조회 17200
김재형 이미지
김재형ICT통상센터
위촉연구원

지난 11월초 국무회의에서 5인 미만 인터넷 언론의 등록을 제한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 바로 시행되는 것으로 인터넷 신문 등록제와 관련, 기존의 ‘취재, 편집 인력 3명 이상’의 등록요건이 5명으로 바뀌면서 상당수의 언론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법에 대해 한 쪽에서는 진보적인 언론을 통제하기 위한 악용 수단이 될 것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반면 한 쪽에서는 자사 기자가 쓴 기사 제대로 한 편 발표하지 않으면서 광고 시장 왜곡, 언론의 가면을 쓰고 행하는 지역 사회에서의 횡포 등을 거론하며 자질 없는 단체의 난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공정 언론에 저해되는 행위를 비판하는 쪽은 법안의 개정 필요성을 설파하며 무분별하게 급증하는 인터넷 언론사들이 주목받기 위해 선정성 높은 기사와 흥미 위주의 기사를 쓰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양쪽 누구도 반드시 틀렸거나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런 문제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민감한 주제이다. 미국의 경우 언론과 관련된 법을 재검토하고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시작이 취재원 보호 이슈였다. 즉, 사법 기관에서 필요하여 언론 취재원의 신원을 요구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직종의 사람들, 즉 ‘기자’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 기존의 신문사, 방송사처럼 언론사 소속 기자만이 아닌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 지하실에서 홀로 인쇄기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출판하는 1인 업자까지 모두 기자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각 나라에서 고민의 시작이 어떻게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떠나 이런 논란을 확대시킨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인터넷의 발전이었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형 인쇄 시설을 갖춘 업자에게 돈을 지불하여 자신의 생각이 담긴 매체를 인쇄한 후 다시 돈을 들여 판촉하는 번거로움이 인터넷으로 인해 덜어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비전통적인 매체가 권력을 견제하고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언론의 순기능을 확대하는지, 아니면 무분별하고 근거없는 글로 인해 현대판 마녀사냥을 재탄생시키냐는 논쟁이 치열했다.

그런 와중에 세계적인 초고속 인터넷망을 지닌 한국의 사례가 제시됐다. 일명 ‘개똥녀’ 사건이었다.1) 개똥녀 사건이란 2005년 지하철에서 볼일을 본 자신의 애완견의 뒤처리를 안 한 견주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 애완견 주인은 지하철 바닥의 배설물을 치우라는 주변 승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애완견의 뒷꽁무니만 닦고 사람들에게 욕설을 하고 도망갔다는 에피소드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IT 기기가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조용히 끝났을 ‘동양의 어느 도시에서 있었을 작은 해프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견주의 행위에 격분한 승객 몇 명이 휴대폰 카메라로 그녀의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그녀는 순식간에 신상이 퍼지며 다니던 학교 강의실까지 사람들이 들어와 칠판에 욕설을 퍼붓고 구내식당에까지 쫓아다니며 수군대는 사람들의 눈총에 시달려야했다. 처음에 개똥녀라는 단어가 인터넷에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저 재미있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던 당사자는 막상 해당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을 칭하는 것임을 뒤늦게 알고 당황했음은 물론이다. 결국 그녀는 원치않게 휴학하고 3개월 동안 집 밖에도 못 나서며 ‘개똥녀’라는 디지털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일명 개똥녀로 몰린 여대생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당연히 있었다. 욕설 한 적도 없고 강아지의 배설물을 치울 휴지가 없어 당황하는 바람에 어쩔 줄 모르다가 대신 치워주겠다는 옆의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냥 내렸다는 것이다. 그녀가 ‘배설물 치우라는 주변 사람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냥 내렸으며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대신 개똥을 치우는 모습’에 극도로 흥분한 승객들이 이야기를 과장되게 써서 인터넷에 올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을까.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없이 그녀를 사실상 강제 휴학에 이르게 한 모습을 두고 현대판 마녀 사냥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미국 사회가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일어난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새로운 신문법 시행령이 언론 통제의 문제냐로 접근하는 우리와 달리 기자의 자격 범위를 놓고 시작한 미국 측의 논쟁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실상의 공권력 집행자의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그것을 허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번졌다. 즉, 미국인들이 벌였던 논쟁의 한 편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터넷을 통한 비전통적인 언론 수단이 부패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광고 시장의 이해관계 때문에 대기업의 부조리를 고발 못하는 기존 미디어를 대신하는 순기능을 인정한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경찰력이 다루지 못하거나 개입하기에 애매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일반인들이 ‘인터넷 언론’이 주는 자유라는 이름하에 사회 규범을 무시했다고 지목되는 사람들의 신상은 물론 사는 위치와 가족까지 파헤쳐 블로그에 공개, 망신을 주고 위협을 가하는 식으로 법 집행을 강제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됐다.

만일 1930년대 인터넷이 있었더라면 ‘잠재적인 위협’이라는 이유로 독일 내의 유태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알릴 기회를 잃은채 인터넷에 신상이 노출되며 위협에 노출됐을 것이다. 한 때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단체인 KKK에 가담했다가 개과천선, 이제 새 삶을 사는 사람에게 악감정을 품은 사람이 인터넷에 그 사람의 신상을 올려 새로운 기회를 차단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인 보복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다툼이 치열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국 사회에서 나타난 기류이다. 즉 사회적인 갈등에 대한 해결 방법을 어떻게 할지 합의에 이르기 전, 기술의 발전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 개발될 기술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느 방향으로 사람 사는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진 셈이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 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성숙한 산업 발전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과거 대영제국이 몰락한 이유로 사학자들이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그러나 최근 분석 경향은 기존의 이론과는 다르다. 일찌감치 산업혁명을 이룩한 영국이 그 선점효과를 누린 것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선점 효과가 지속성을 유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차피 다른 나라들도 산업화를 이루며 규모면에서는 다를지언정 영국이 이룩한 정도의 발전은 달성 가능했기 때문에 대영제국의 몰락, 아니, 다른 국가들의 발전으로 인한 대영제국의 일방적인 헤게모니 상실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라는 점이다. 이를 우리의 IT 산업 쪽으로 적용해도 비슷한 결말이 나올 수 있다. 선점 효과를 위해 인프라를 발전시키며 노력하는 점은 분명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의 경쟁 국가들의 산업 발전 수준을 보면 우리가 이룩한 정도의 IT 인프라, 산업 기술의 발전을 다른 나라도 달성하리라는 것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했던 점은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또 예상치 못했던 효과가 일어날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속한 IT 발전을 이룩한 국가의 예로 꼽힌다. 객관적인 순위를 보더라도 스마트폰, 태블릿의 다양한 소비재 제품의 선택 범위, 손꼽히는 속도의 초고속 인터넷의 인프라는 물론 반도체와 같은 부품 산업의 성숙도 등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고도화된 나라이다. 그만큼 우리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 IT 산업이 가져오는 혜택을 누리며 기술 발전의 수혜를 마음껏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나라는 실제 20세기 중반 이후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저 발전한 소위 선진국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한국 IT 산업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우리도 이제 앞서 있다고 생각해온 선진국들을 앞지르며 선도하는 분야들이 생기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어보지 않은 현상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하고 고민하고 있을지 생각해볼 때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IT 기술의 발전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예측하여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에 대해 선제적으로 고민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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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onathan Krim 기자, (2005년 7월 7일자 워싱턴 포스트) http://www.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5/07/06/AR2005070601953.html?referrer=emailarti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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