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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제목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등록일 2013.07.22 조회 7429
이은성 이미지
이은성통신전파연구실
위촉연구원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지난 주말, 집에서 일찍 나와 약속시간 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서 읽고 싶었던 책을 사러 가고 있었다. 비 내리는 흐린 날씨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무언가 삭막한 느낌까지 드는 빌딩들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교보문고 건물 외벽에 걸린 현판을 보고는 순간 마음 한 곳이 멈칫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광화문은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낸 곳으로, 나에겐 집보다 더 집 같은 곳이다. 광화문은 내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 시기에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던 도중 귓가로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는 광화문광장에서의 월드컵응원 소리에 이끌려 1분 1초가 아깝다는 고3이라는 신분을 잊은 채 결국 친구들과 새벽까지 광화문광장에서 붉은악마 티셔츠를 사 입고 신나게 응원을 했던 곳이다. 광화문은 내가 신촌보다는 광화문서 노는 걸 더 선호해서 대학교 4학년 때까지 신촌에서는 길을 잃어버리면서도 광화문은 뒷골목까지 꿰차고 있는, 곳곳에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추억이 서린, 그런 곳이다. 내가 예전에 일했었던 모든 회사들의 오피스가 광화문인 것도 과연 우연일까?

그러한 광화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이는데, 나는 너무나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예전의 나는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히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몇 년 동안 잊고 있었던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재설정한 후 미니홈피에 들어가보았다. 그러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내가 어떠한 생각을 했으며 어떠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웃고 울었는지 보였다. 과연 싸이월드에 그러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 비단 나 혼자일까?

한때 대한민국은 '싸이'에 미쳤었다. 여기에서 싸이는 2012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강남스타일 '싸이'가 아닌 '싸이월드'를 말한다. 곳곳에는 싸이질을 하는 폐인들이 넘쳐났고, 사람을 만나면 "싸이월드 해요?"라는 인사말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싸이월드는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일촌이 구경 오고, 구경 가기도 하는 인터넷 상의 '자신의 집'이었다.

무엇보다 싸이월드를 대표하는 상품은 일촌이었다. 용어 자체에서 친밀함이 느껴지는 일촌은 이용자 사이를 잇는 끈이었다. 일촌을 '맺고, 안 맺고'의 여부는 오프라인까지의 친밀도를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일촌명'에 담은 정성을 보고 두 이용자가 얼마나 가까운지 추정할 수 있었다. '선배' '후배' 같은 일촌명은 두 이용자 사이가 가깝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때문에 관심있는 사람과 일촌을 맺을 때, 센스있는 일촌명을 짓기 위해 고민고민을 했던 기억은 내 나이또래의 많은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일촌의 존재감은 단순히 싸이월드 체제에서 두 사람을 잇는 규율을 넘어섰다. '일촌을 맺을까' '일촌명은 뭘로 하지' '일촌 끊어버릴까' 등은 싸이월드 이용자의 필연적 고민거리였다. 일촌평, 일촌공개 등 일촌만을 위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촌을 둘러싼 감정선은 싸이월드를 하는 큰 재미였다.

이렇게 한때 일반명사로 쓰일 만큼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밀리면서 월 사용자가 최고 2700만 명에서 현재는 1200만 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싸이월드의 공동창업자인 이동형 대표는 싸이월드의 실패요인으로 “싸이월드는 도토리에 집착했다. 때문에 '개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진단했다.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판매되는 스킨이나 음악 등을 구매할 때 사용되는 일종의 화폐다. 싸이월드는 친구를 불러들이기 위해 미니홈피를 꾸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이용해 '도토리'를 판매했고, 이는 성공적인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도토리 수익모델은 점차 '개방화'되는 SNS의 흐름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에서 나오는 매출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개방화되는 소통 흐름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싸이월드는 앱 3.0, 모아보기, 싸이랑 등 여러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떠난 일촌들의 발걸음을 돌리기엔 부족했다. 그러고보니 비단 나만 교보문고 현판으로 인해 예전의 추억에 잠기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싸이월드도 ‘예전의 싸이월드 자신이 어디로 갔을지, 과연 아직도 그 안에 있을지, 사라졌을지’ 무척이나 궁금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만간 휴가를 떠날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때로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정보통신 기술은 수년 전의 ‘나’를 한순간에 마주보게 한다. 싸이월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전의 좋았던 기억에만 의지한 채 예전의 장점만 고집하며 발전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그 자신은 불행할 것이다. 휴가 동안 꿈이 많았던 지난 날,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이 이토록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현재를 좀더 활기차게 살기 위해, 옛 추억에 잠기는 건 어떨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는 곳, 싸이월드가 예전의 영광에 집착하지 않고 옛 추억의 순기능에 집중해서 다시금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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