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간호의 특별한 역할'(the Special Role of Maternity Services)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주 내용은 모유 수유에 관한 정확한 사실과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적인 차원에서 임신 및 출산 전후에 산모가 모유 수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보건 서비스의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책의 첫머리에는 ‘모유 수유의 성공을 위한 10단계'가 제시되어 있는데, 바로 이것이 후에 BFHI 운동의 근거이자 중심이 된다.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듬해인 1990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90년대의 모유 수유: 전 지구적 운동'(Breastfeeding in the 1990s: A Global Initiative)이라 명명된 국제회의가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Spedale degli Innocenti 4) 에서 개최되었다. 미국 국제개발처(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USAID)와 스웨덴 국제개발협력단(Swedish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 SIDA)이 공동 후원한 본 회의에는 WHO와 UNICEF를 비롯, 세계 여러 나라의 관련 정책결정자, 보건 및 건강 전문가, 과학자들이 참석하였다. 이 회의의 결과 ‘모유 수유의 보호, 장려 및 후원에 관한 Innocenti 선언'(Innocenti Declaration on the Protection, Promotion and Support of Breastfeeding)이 탄생했다. 회의장소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 주된 내용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오직 모유만을 아기에게 먹일 수 있어야 하고, 또 모든 아기들은 출생 시부터 4-6개월까지 오직 모유만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배타적인 것 같지만 철저히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둔 선언이다. WHO에 의하면 매년 적어도 150만 명의 아기들이 이 문제 때문에, 즉 아기 수유가 모유로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Innocenti 선언'은 세계 각 국 정부가 1995년까지 앞서 말한 ‘모유 수유의 성공을 위한 10단계'가 완전히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로 이 조항, 산모를 간호하는 모든 기관은 ‘모유 수유의 보호, 권장 및 후원'에서 제시된 ‘모유 수유의 성공을 위한 10단계'를 완전히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운동으로 확산된 것이 바로 BFHI 운동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 ‘10단계'가 인정을 받고, 각 국으로 확산된 지도 어언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10단계'는, 적어도 병원에서의 모유 수유 진작과 관련해서는, 거의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안내 지침으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까지도 몇 가지 논란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내용 면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 원문과 우리말 번역문을 여기에 적어본다.
‘Innocenti 선언'이 오직 모유만을 수유해야하는 적정 기간을 아기 출생 시부터 4-6개월까지로 본 거시적 관점이라면, ‘모유 수유의 성공을 위한 10단계'는 출생 시점에서의 모유 수유를 위한 미시적 관점을 갖는다. 즉, ‘10단계'는 ‘Innocenti 선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하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기가 태어난 후 30분 이내에 엄마젖을 물린다'라고 명시한 4단계는 전문가들 사이에 적잖이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생아와 산모가 출산 직후 아무런 외부의 영향 없이 피부 접촉을 하는 경우 아기가 엄마젖을 빠는 데 평균 55분이 걸린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6) 이에 대해 UNICEF측은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4단계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고,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엄마와 아기가 각자 페이스대로 모유 수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미국 BFHI의 경우 4단계의 ‘30분'을 ‘1시간'으로 수정했다. 7)
4) 영어로 Hospital
of the Innocents, 순수한 사람들의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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