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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미술전시회가 있었지만 전시기간을 놓쳐버렸다면? 몸이 불편해 미술관을 찾기 어렵다면? 사이버미술관은 하나의 매력적인 대안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온라인상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의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 석호익) 미래전략연구실 정필주 연구원은 20일 발간된 정보통신정책(제18권 21호) - ‘초점 : 사이버상 공적미술영역 구축을 위한 정책적 접근 및 실제적 방안’에서 미술영역은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앞두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온라인 음악영역을 예로 들어 정책적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2001년부터 본격화된 소리바다, 벅스뮤직 등 온라인 음악서비스업체와 오프라인 음반업체들간의 저작권침해를 둘러싼 각종 법적공방 및 네티즌들의 혼란은 ‘디지털’에 취약했던 정책적 한계였다는 것. 이같이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온라인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정책적 준비가 미흡할 경우 ‘골칫덩이’가 될 수도 있다.
미술영역이 ‘디지털’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본연의 ‘사이버’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은 무엇일까? 보고서는 ‘오프라인에 뒤지지 않는 작품감상 환경’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미술매체별 특화된 디지털화기술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버미술정보포탈(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 www.art.go.kr, 문화포털www.culture.go.kr) 및 주요 미술관 홈페이지(국립현대, 서울시립, 대전시립, 부산시립)에 등록된 미술품을 분석한 결과, 다양한 예술장르(유화, 수채화, 수묵화, 서예, 공예, 조각, 판화, 비디오아트 등)에 걸맞는 전문화된 디지털화 기술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사이버상에서 관람 가능한 작품의 대부분은 작품촬영사진 또는 작품스캔사진 등 평면이미지파일 혹은 단순한 3D 동영상이 전부이다. 예컨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되어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다다익선>(1986)은 1,003대의 텔레비전 모니터가 제각기 빠른 영상을 상영하는 비디오설치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이버상에서 정지된 작품촬영사진파일로 등록되어 있을 뿐이다. 관람객은 사이버상에서 제대로된 작품관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별도로 오프라인 전시장을 찾아야만 하는 소모적인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온라인상에서도 실감나는 작품감상이 가능하도록 하는 미술작품 디지털화기술의 개발 및 도입에 앞장서야 한다.
저작권법 및 신탁관리 등의 제도정비도 필수적이다. 현재 미술계에는 뉴미디어 아트장르가 성장하면서 ‘디지털 화가’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의 작품이 보존, 감상, 유통될 수 있는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그 결과 디지털 작품을 다시 인쇄매체를 통해 책자(도록)로 만드는 낭비적인 관행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작품에 대한 저작권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이처럼 인쇄도록을 대체할 웹도록의 개발 및 지원, 설치작품 및 퍼포먼스 등 일회적 예술장르에 대한 체계적인 아카이브 구축, 미술학과와 컴퓨터공학과와의 학제 간 연계 및 디지털 아카이브에 대한 학문적 지원 등 디지털 화가들의 작품제작 및 유통활로를 개척하는 것도 장기적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사이버미술의 향후전망에 대해 정필주 연구원은 “기존의 낙관론 위주의 인식에서 벗어나, 온라인상 작품감상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만 사이버미술이 본격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며 “특히 사이버상 관람객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고급화, 성역화된 한국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위해서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의 : 미래전략연구실 정필주 연구원(02-570-4331, piljoo@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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