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고도화된 IT세상에 살고 있다.
부(富)의 시작을 가져온 산업노동자 시대를 지나 1960년대부터 촉발된 정보사회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정점에 달했으며, 정보사회, 지식의 논리와 경제가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으로 인해 촉발된 디지털미래의 원대한 꿈이 다수 그려진 반면, IT가 발전단계상 시작보다는 끝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많은 신호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상당 부분 제시되고 있다. 2003년 하버드 대학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교수가 IT 정체성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IT가 결국에는 철도, 전기 등과 같은 발전방향을 가지게 될 것이며 경제학 관점에서 생산의 일상적인 요소(commodity input)가 될 것임을 주장한 바 있다.
IT가 지속적인 성장산업인가, 절정기에 있는 정보사회는 언제까지 계속될까라는 질문은 매우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질문해보자. IT 이후에는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 포스트 IT시대의 중요한 가치와 지배 논리는 무엇인가. 하나의 대답으로 덴마크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롤프 옌센(Rolf Jensen) 박사는 꿈과 감성이 중심을 이루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에는 이성이 아니라 꿈과 감성에 호소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데이터나 정보보다 이야기 중심의 상상력(story-driven imagination)이 더욱 중요시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꿈과 감성 중심의 사회는 이미 우리 생활에 일부 다가와 있으며, 미래 IT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IT의 급속한 발전은 잠재된 소비자의 충분한 대기수요를 기반으로 기술 및 공급 주도로 성장했으며, 여기에는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의 혁신적 발전과 같은 인프라 기반 서비스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국내 IT산업 수요의 정체와 글로벌화의 미흡, 소비자의 지불의사 감소, 기술과 시장 격차 심화로 인해 구조적으로 성장 한계에 도달한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 언제나 화두가 되고 있지만 매스마켓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의 발견은 요원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으로 감성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인간중심의 시장을 발견하는 것이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즉 기업은 IT제품과 서비스에 감성과 꿈, 이를 엮어내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소비자는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IT시장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IT산업이 새로이 개척해야 할 감성시장(emotional market)이다. 제품과 서비스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으며 오히려 담긴 이야기를 구입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은 연대감, 친밀함, 우정, 사랑, 관심의 시장이며, 나를 찾는 시장이며, 마음의 평온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시장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타임지는 선정이유로 전 세계 미디어를 장악하고,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를 개척했으며, 아무런 대가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 전문가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룬 것 등을 꼽았다. 이에 앞서 타임지는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세계적인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를 선정한 바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에서 벗어나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사회ㆍ문화적 혁신의 새로운 산물이다. 이는 소비자의 참여와 협력, 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시장이며 앞서 설명한 연대감, 친밀함, 우정, 관심, 사랑을 담은 이야기를 펼쳐내는 감성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아직까지 국내의 IT산업은 인프라 중심의 기술과 공급시장에 매달려 장기적인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고객과 시장 중심 서비스, 콘텐츠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를 해본다. 감성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새로운 시장, 소비자 중심의 참여시장을 통해 포스트 IT시대의 시장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될 것이며, 선택과 집중에 따른 산업육성에 중점을 두어 온 정부는 다양성과 창의성, 상상력이 자유롭게 발휘될 수 있는 시장주도의 경제를 확보하고, 건전한 IT생태계 조성자 역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12월 19일자 'DT광장'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