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서비스 전반에서 전기통신번호(이후 번호라 통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010을 비롯한 번호통합 이슈, 번호이동 관련 번호이슈들, 와이브로 번호이슈, BCN 번호이슈, 방통융합관련 번호이슈 등 번호와 관련한 장단기 이슈들이 다양하고 즐비하다. 이전과 다르게 이러한 이슈들 중 일부는 기존에 유지해 온 제도의 틀로는 당장 적용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존재하고 있어 효율적인 방안의 모색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통신서비스들은 관련 망을 통한 음성 및 데이터의 송수신을 통해 제공되는데 이 때 양자간 송수신되는 신호를 하나의 접점에 귀결(지정)시키는 것이 망에서 번호가 하는 역할이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다른 표현이나 서술도 가능하지만 편의상 자의적인 표현으로 이해하면 무방할 것이다. 현재 번호를 이용하여 이용자 상호간을 연결하는 서비스는 거의 대부분이 통신관련 서비스들이다.
번호의 역할이 이렇다보니 통신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 이용자, 서비스제공사업자, 정부 등이 모두 번호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무관하지 않다. 이용자는 원하는 번호를 가지고 싶어 하고 사업자도 효율적 마케팅을 위해 인식이 좋은 대역의 번호를 선호한다. 정부도 진입제도에 따라 번호를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순환의 고리에 엮여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수의 국가들처럼 ITU의 번호관련 권고안들을 수용하여 수 십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체계적으로 번호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수평규제의 도입이나 방통융합, ALL-IP화에 따른 번호수요 증가 등 내외적 요인에 의해 중장기 번호체계의 정비나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급증하고 있고 서비스별로도 가입자 및 사업자의 증가로 당장 해당 번호자원이 부족해지는 현상도 발생하는 등 급격한 변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통신시장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특정서비스 활성화 정책들 중 몇몇은 기존 번호제도와 상충되는 상황을 노정하여 이의 조정 등에 많은 노력과 주의를 요구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들이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복합적인 정책변수들로 인해 대응이 쉽지 않은 부분으로 남기도 한다.
정부가 제도나 정책개선방안들을 도출할 때는 최적의 방안들을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만을 도출하지는 않으므로 취사선택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련정책들의 비효율성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렇게 발생된 비효율성의 제거를 위해 기존 정책의 수정이나 철회가 필요할 경우, 이용자 혼란이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번호는 한번 부여되면 회수가 거의 불가능하며 다수에게 부여된 번호에는 변경이나 회수 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의 투입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번호관련제도는 수립 시 다각적인 미시적인 검토와 거시적인 중장기 방안에 대한 안목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렇게 될 때 번호제도 뿐아니라 관련된 정책 및 제도의 효율적인 성과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부 및 사업자 등의 노력으로 번호를 체계적으로 잘 관리해 왔지만 현재의 환경변화나 수요에 대응해 나아가기에는 인력 및 관리체계가 부실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의 도출이 시급하고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에도 번호의 목적외 사용으로 인한 폐해사례가 해가 거듭될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다. 번호를 합리적인 정책이나 제도를 통해 잘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여된 번호에 대한 사후규제 등 체계적인 관리에도 많은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향후 정부 로드맵에 의해 전기통신사업법이 단일역무체제로 개정되면 진입제도와는 별도의 독립된 번호부여방안의 제시도 필요한 상황이고 보면 번호의 부여와 사후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예측가능한 상황에서 번호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번호체계 통합방안 등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전환해 갈 수 있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장의 필요성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끼워 맞추기식의 단기 정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안목의 일관성 있는 번호관리제도의 수립이 요구된다. 사업자의 요구나 단기적인 시장환경에의 적용도 중요하지만 중장기 로드맵에 맞지 않는 번호의 부여 및 관리는 지양해서 통일성 및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이용자들이 번호관련 편익을 최대한 누릴 수 있을 것이고 번호로 인한 사회적 혼란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이러한 효용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및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