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네트워크형 혁신

  • 작성자임준  책임연구원
  • 소속정보통신산업연구실
  • 등록일 2008.09.29

최근 들어 기술의 융복합화가 진전됨에 따라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분야의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하나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내부 역량만 가지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보완 역량을 지닌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여러 경제주체간 협력이 강조되는 네트워크형 (또는 개방형) 혁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네트워크형 혁신을 유형화한 연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Nambisan and Sawhney (2007)는 두 가지 기준에서 네트워크형 혁신 모델을 분류하였다1). 첫째, 혁신 프로젝트가 얼마나 잘 정의되고 구체화될 수 있느냐? 둘째, 혁신 프로젝트가 주도적인 기업에 의해 중앙집권적으로 수행되는가, 아니면 커뮤니티(community)가 형성되어 여러 구성원들에 의해 분권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이 두 가지 기준에 의해 구분할 경우 모두 네 가지 유형의 모델이 존재하게 된다.

<그림: 네트워크형 혁신 모델>

네트워크형 혁신모델 도식도

첫 번째는 오케스트라 모델(Orchestra Model)로 혁신이 잘 정의되어 있고 네트워크 리더십이 주도적 기업에 집중화되어 있는 경우이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경우 각 연주자들이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악보가 미리 있고 지휘자가 전 연주자들을 통제하는 것과 흡사하다. 오케스트라 모델에는 지휘자에 해당하는 플랫폼 리더(platform leader)와 연주자에 해당하는 보완기업(complementor)이 존재한다. 이 모델의 한 예로는 인도의 HCL Technologies와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IBM과의 협력을 들 수 있다. HCL Technologies는 인도의 IT기업으로 광범위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2005년에 Power Architecture Design Center를 설립하고 IBM의 Power Architecture에 기반을 둔 SoC 솔루션을 OEM 제조업체들에게 제공하였다. 이 경우 IBM은 플랫폼 리더에, 그리고 HCL Technologies는 보완기업에 해당된다.

두 번째는 바자 모델(Creative Bazaar Model)로 주도적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오케스트라 모델과 동일하나 혁신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마치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는 레코드 회사의 경우처럼 주도적 기업은 사전적으로 구체화할 수는 없으나 상업화가 가능한 아이디어라면 어떠한 것이던지 찾아 나선다. 바자 모델의 경우 주도적 기업은 일종의 혁신 포털(innovation portal)의 역할을 하게 되며, 이를 보완하는 기업들로는 아이디어 스카우트(idea scouts), 특허 브로커(patent broker), 벤처 캐피털리스트(venture capitalists) 등이 있다. 이 모델의 사례로는 러시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들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상당수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현재 경영 능력의 부족으로 인해 상품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데 혁신 중개기관(innovation intermediaries)이 그들 가운데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글로벌 소프트웨어 벤더에게 연결시켜줄 수 있다면 상업적인 성공도 가능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잼 센트럴 모델(Jam Central Model)로, 잼 세션(jam session)에서처럼 혁신의 내용이 사전적으로 구체화되어 있지 않으며 혁신 리더십 또한 주도적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의 여러 구성원들에 분산되어 있다. 잼(jam)이라는 용어는 원래 밴드의 모든 구성원에 의한 짧고 자유로우며 즉흥적인 연주를 일컫는데 오케스트라와 달리 미리 정해진 악보도 없으며 연주를 총괄하는 지휘자도 없다. 이 모델의 한 예는 2003년 Linden Lab에 의해 구현된 인터넷 상의 가상현실 세계인 Second Life이다. Second Life에는 세 종류의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Linden Lab으로, 이 기업은 이노베이션 스튜어드(innovation steward)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가상현실 공간에서 새로운 체험(experiences)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가상현실 세계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인데, 이들은 가상현실 공간에서 새로운 체험이나 대상들을 만들어내는 이노베이터(innovator)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마지막 플레이어는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들로, 이노베이션 스폰서(innovation sponsor)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예를 들어 American Apparel의 경우 가상현실 공간에 아울렛을 개설하여 거주자들이 가상 쇼핑을 할 수 있게끔 해줌으로써 자신의 신상품을 실제 현실의 매장에 내놓기 전에 사전 테스팅하는 도구로 가상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모드 스테이션 모델(Mod Station Model)이다. 모드(mod)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 컴퓨터 게임 산업에서 사용되었는데 변형(modification)을 의미한다. 게임 제조업체는 비디오 게임의 소스를 게임 커뮤니티에 공개함으로써 기존 게임의 변형들을 창출하게끔 하였다. 모드 스테이션 모델의 경우 다음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기존 제품이나 프로세스에서 출발하여 이를 개선시키고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혁신의 내용이 사전적으로 어느 정도 정의되어 있다. 둘째, 혁신 리더십이 주도적 기업이 아닌 커뮤니티에 분산되어 있다. 이 모델의 경우 후속 혁신의 출발점이 되는 제품을 커뮤니티에 공개하는 이노베이션 촉진자(innovation catalyst)와 기존 제품의 변형을 만들어내는 이노베이터(innovator)의 두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네트워크형 혁신 모델의 부상이 우리나라 기업이나 정부에는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가? 먼저, 기업의 경우 내부 R&D 뿐만 아니라 외부 혁신 주체들과의 협력이 중요해지면서 이들과의 관계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관리 능력을 제고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리고 정부의 경우에는 지난 반세기동안 주요 역할이 승자선택(picking winner)에 있었다면, 새로운 글로벌 환경 하에서는 경제주체들의 협력을 원활하게 해주는 조정자(networker)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또한 여기에 더 나아가 기술중개기관 등과 같은 민간 네트워커를 육성함으로써 경제주체들간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1) Nambisan, S. and M. Sawhney, (2007) Global Brain: Your Roadmap for Innovating Faster and Smarter in a Networked World , Wharton School Publishing.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