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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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구제금융을 바라보며 한-미 FTA 협상을 떠올리다

  • 작성자박영덕  책임연구원
  • 소속방송통신통상센터
  • 등록일 2008.10.13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최대 민간보험회사인 AIG가 유동성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미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납세자의 이익 보호를 이유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자, AIG에 대한 감독기관인 뉴욕 주정부는 보험가입자는 보호를 받고 일자리도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고 즉각 반색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불현듯 한-미 FTA 우체국보험협상이 떠올랐다.

통상협상을 업계의 숙원과제를 해결해주는 실효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미무역대표부(USTR)는 아니나 다를까 국내진출 미국계 보험사들(AIG 등 5개사)을 대신하여 우체국보험과 민영보험간의 동등대우를 요구하였다(국제통상법 차원에서 이러한 요구의 타당성은 우체국의 금융기관성, 우체국의 역차별성 등의 여러 이슈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쉽게 수긍될 수 없다).

80년대부터 시작된 공산주의권의 몰락으로 대부분의 세계 국가들은 급속하게 자본주의의 영역으로 흡수되자,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와 북미자유무역협상을 토대로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무역체계(WTO/FTA)를 수립하였다. 이 체제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금융서비스와 통신서비스시장이 양적·질적으로 개방되었고 때론 민영화가 수반되기도 했다. 우체국보험협상에서 미국은 우체국의 민영화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는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인 미국과 영국이 금융기관의 국유화에 나서고 있다. 일시적이나마 세계 최대 민간보험회사가 정부관리체제로 편입된 것은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반대해 온 사람들에게는 공세의 수위를 한층 높일 수 있는 호재임에는 분명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다른 나라에게는 철저한 무역자유화를 요구하면서 자국이 필요할 때에는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해 온 미국의 이중성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통상분야에서 선진국들의 이러한 이중성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1년 현대전자(現 하이닉스반도체)에게 공여된 구제금융을 WTO 보조금협정 위반이라고 제소했던 미국과 EU는 보잉과 에어버스에게 지급된 보조금을 둘러싸고 현재 WTO 분쟁에 휩싸여 있다. 양국은 타방의 보조금 지급만이 불법이라며 상호 제소를 한 상태인데, 민간항공기라는 자존심이 걸린 사안인데다가 R&D 보조금의 불법성이 WTO 분쟁패널을 통해서 최초로 규명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양국은 패널판정이 아닌 합의를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려고 수년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은 보조금이 지급된 수입품에 대해서는 엄격한 상계절차를 적용하면서도 양국만이 경쟁력이 있는 민간항공기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꾸준히 보조금제도를 운영해 왔던 것이다.

통신분야에서도 그렇다. WTO 기본통신협상을 전후해서 EU의 도이치텔레콤과 프랑스텔레콤 등이 민영화되었지만, EU의 역내회원국이 27개국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국영통신회사를 운영하는 개도회원국들의 가입이 늘어나게 되자, EU는 대외통상협상에서 정부의 통신회사에 대한 지분보유가 통신시장접근 제한사항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다.

결국 무역자유화도 규제완화(시장자율)도 그리고 민영화도 항시적인 최우선 정책적 가치는 아니기 때문에 통상상대국들이 차등적이고 이중적인 통상정책을 앞으로도 종종 재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의 최우선 정책적 가치를 반영한 통상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미 FTA 통신협상에서 기술선택의 자율성을 끈질기게 요구했던 미국의 공세에 맞서 기술표준정책에 관한 고유한 권한을 방어한 것은 좋은 선례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축구경기에서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듯이, 외국의 차별적인 통상정책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전방위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면 우리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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