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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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 통합

  • 작성자주재욱  책임연구원
  • 소속통신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9.09.22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에는 예부터 전해져 오는 예언이 하나 있다. 바로, “010 이용자 비율이 80%를 넘는 날, 01X의 씨가 마르리라”는 내용의 예언으로, 그 실체는 2003년 말 처음 세상에 나와 이듬해인 2004년 12월에 정보통신부에서 확정한 「이동전화 010번호통합 촉진계획」이다. 정보통신부 문서에 의하면 “80%가 되는 시점”의 정확한 의미는, 그 이후에 있을 번호통합에 관한 세부 실천계획을 마련하는 시점이나, 이 내용이 여러 곳에서 잘못 인용되어 “80%일 때 통합을 시행하는” 것으로 종종 오해되었다. 어쨌든 정부는 이 시점에서 번호통합의 실시 여부와 구체적 시행방안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니, 번호통합 촉진계획이 말하는 80%의 시점은, 그 통합시기가 언제가 되었건 정부의 번호통합은 이 시점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는 의미가 있다.

일찍이 정부는 010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번호정책을 3G 서비스와 연결시켰다. 우리나라에서 3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별번호 010을 사용해야 한다. 한때 정체 상태이던 010이용자 수는 이동통신사들의 3G 마케팅 강화와 이에 따른 경쟁 심화, 그리고 정부의 촉진 정책에 힘입어 작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09년 7월, 010이용자의 비율이 전체 휴대전화 이용자의 75%를 넘기에 이르렀고, 이런 추세라면 이르면 내년 쯤, 늦어도 내후년에는 8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번호 통합은 아직까지는 절실히 와 닿는 사안은 아닌 듯 보이지만, 까마득한 미래로 여겨졌던 “010 80%의 날”이 예상보다 일찍 현실이 되면서, 휴대전화 식별번호의 강제 통합이 곧 실시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특히 01X 이용자들 사이에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이용자들은 오랫동안 자신이 사용하던 번호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정책당국에 대한 불만도 가지게 될 것이고, 사업자들은 번호통합이 자사의 이해득실에 미칠 영향을 따져 보느라 분주할 것이며, 정부는 향후 정책의 방향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확정해야 하는 시점에 임박해, 많은 논란을 야기할 지도 모르는 이 사안을 가지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지 묘안을 짜 내느라 고심 중일 것이다.

정책수립 당시 번호통합은 그 시장 상황에서 비롯된 당위성이 존재하였다. 과거 2G 서비스 중심의 이동통신 시장은 휴대전화 식별번호의 브랜드화 문제가 공정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히 요구되었고, 번호통합은 번호이동성 제도와 함께 식별번호 브랜드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효한 정책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또한 휴대전화번호를 단일 식별번호로 통합하면 추가로 6억 개의 번호자원을 확보하게 돼, 미래의 제도 변화나 신규 서비스의 등장으로 번호수요가 발생했을 때 기존의 번호체계를 변경하지 않고 대처할 여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번호통합은 번호자원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제도로 평가 받아 왔다.

시간이 흘러 번호이동성 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지금, 식별번호가 공정경쟁을 저해할 여지는 크게 줄었다. 휴대전화 이용자의 증가로 번호 수요는 늘어났지만, 그 수요가 현재의 식별번호 체계 하에서 번호자원 부족문제를 야기할 정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지금까지 추진해 온 번호통합 정책을 과연 앞으로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일관되게 추진한 통합정책과 제도 개선을 통해 010 이용자 비율을 80%가까이 끌어 올린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를 무로 돌리고 옛날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크게 훼손시킬 것이란 점에서 통합의 폐지는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것이다. 번호체계에 관한 의사결정 문제는 이용자의 편익, 사업자 이해관계, 시장의 효율, 네트워크 설비와 연관된 사회적 비용 및 희소자원으로서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로 호응하기도 하고 상충하기도 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된다. 또한 번호통합은 해외에서 전례를 찾을 수도 없는 데다, 2G에서 3G로의 망진화 시점과 맞물려, 이용자간,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다소 민감하게 부딪히고 있기 때문에 그 시기와 방법의 결정에 있어 정책당국은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성급한 통합은 과도한 시장개입의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고, 가급적 시장 안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물론 통합여부를 정하건, 시기 또는 방법을 정하건 언제나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이용자의 편익이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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