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다시 생명을 얻은 종이로 숲 가꾸기

  • 작성자최중범  책임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소
  • 등록일 2010.04.12

계절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겨울의 뒤끝이 유난히 길었음에도 출근길 마주치는 양재천변은 벌써 초록이 점령하였다. 빼쪽이 돋아난 새싹을 보면서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겨울은 지나가고 봄이 온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지금 보는 초록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웠을까?”

무성했던 잎들을 다 털어버리고 앙상한 모습으로 변한 나무와 갈색으로 바싹 말라버린 황량한 들판은 옷섶을 파고드는 겨울바람과 함께 죽음의 공포를 키우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이러다 결국 죽나보다!” 공포가 최고조에 다다를 무렵 세상을 초록으로 변화시키는 새싹과의 대면은 “아! 이제 살았다!”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사건이 될 것이다.  

아쉽게도 겨울이 지나 봄이 온다는 것쯤은 누구나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양재천변을 점령한 초록도 “봄이 구나” 이상의 반가움과 고마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조금 더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문다. “겨울 지나 봄이 왔어야 하는데, 청명이 지났건만 양재천변은 왜 여전히 바싹 마른 갈색이지?” 만일 이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봄이 옴을 미처 몰라 겨울 끝자락에 느꼈을 공포는 유가 아니게 두려울 것이다. 등줄기가 오싹한다. 뒤끝이 긴 겨울을 보낸 후유증인 듯하다. 

굳이 누군가가 한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상’에 대한 걱정스러운 묘사가 아니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심각한 줄은 알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유난히 추었던 지난겨울 “사무실이 동상 걸릴 지경 T_T”이라고 익살스런 문자를 보낸 친구도 있었지만,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동상 걸리는 일쯤은 불사할 정도의 야무진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보다는 쉬워 보이는 일이 하나 떠올라 몇 자 적어 본다. 

지난주 월요일은 청명이자 식목일이었다. 나무 심기 참 좋은 계절이다.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는 일은 환경문제 해결에 일조함이 분명하다. 효과를 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서둘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곳이 꼭 우리 국토가 아니라도 말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숲을 가꾸자고 꼭 나무만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편지 쓰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우편물량은 50억통에 육박한다.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연간 100통 내외의 우편물을 받아 본다는 것이다. 적지만은 않은 양이다. 받아 보는 우편물은 대부분 기업이 발송한 청구서나 DM일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창구로 우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러나 받아 보는 청구서나 DM이 하나 같이 고급 종이라는 점은 유감천만이다. 이들은 따로 보관할 일이 많지 않고 대부분 한번 보고 버려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력을 잘라 휴지로 사용했던 우리 조부모님 세대가 보셨다면 기막혀 하실 노릇이다.

차제에 ‘청구서‧DM은 재생용지로!’ 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내가 부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 배달된 청구서나 DM이 부지불식간 우리가 행한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인식을 바꾼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무래도 발송하는 입장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수취인에 의해 소홀이 취급될지 모른다는 염려에서 “좋은 종이! 더 좋은 종이!”를 고집할 수도 있다. 우리가 재생용지로 만들어진 청구서나 DM에 더 큰 선호와 신뢰를 표시한다면, 더 나아가 과할 정도의 고급 종이 사용을 반환경적인 일로 비난하기 시작한다면 양상은 의외로 빠르게 바뀔 수 있다. 청구서나 DM에 사용되는 종이만 재생용지로 바꾸더라도 숲을 가꾸기 위해 나무 심는 수고는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지구 한 구석 사라질 위기에 섰던 작은 숲이 한 둘쯤 살아남게 되거나.

멀지 않아 세상은 ‘동상 걸릴 지경의 사무실’을 당연시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세상과의 대면을 다소라도 늦추기 위해 ‘청구서‧DM은 재생용지로!’ 운동은 한번 해봄직한 일이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