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최근 TV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1일,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손바닥만한 크기의 애플TV를 공개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은 구글TV 서비스가 올 가을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와 같은 TV제조사들도 차세대 TV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사의 신제품들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TV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TV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스마트TV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스마트TV가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는 이유는 스마트TV가 넘어야 할 장벽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는 달리 TV는 가정용 미디어로 교체주기도 길어 무엇보다도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가 매우 보수적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는 물론 양질의 영상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스마트TV의 독자적 효용성은 그만큼 반감될 것이다. 그밖에, 오랫동안 간단한 리모컨 조작에 익숙해져 온 TV 이용자를 위한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발 여부도 스마트TV의 보급 속도를 조절하는 하나의 요인이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TV를 소개하면서 강조한 것도 결국은 99달러, ABC와 FOX의 프로그램, 할리우드의 최신 영화, 그리고 `프리티 심플(pretty simple)'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서 스마트TV의 향후 전망은 어떠한가? 아직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TV의 성패여부나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전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스마트TV의 출현으로 미래 방송시장의 구도가 플랫폼사업자에서 콘텐츠사업자로 차츰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같은 변화에 직면하여 국내 방송사업자들도 스마트TV에 대비하여 각자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업전략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시청 경쟁력이 있는 영상 콘텐츠를 보유한 방송사업자들은 스마트TV를 자신의 콘텐츠를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콘텐츠 제공 거절과 같은 시장 봉쇄 전략을 통해 스마트TV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국내 방송시장에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항상 반복되었던 경험이기도 하다.
스마트TV가 스마트한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다양한 기능, 개인화 된 서비스, 개방성과 참여성 강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스마트TV의 스마트함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이 원하는 수준과 내용의 영상 콘텐츠가 스마트TV를 통해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 애플TV가 FOX와 ABC의 방송프로그램은 99센트에, 할리우드의 최신 HD영화는 3.99달러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킬러 영상 콘텐츠 사업자와 제휴하지 않고서는 스마트TV가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스마트TV의 성공적 시장안착을 위해 플랫폼 사업자와 킬러 콘텐츠 사업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스마트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9월 15일(수,22면) [디지털세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