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네트워크 고도화 시대, ‘방송’의 정의를 생각하며

  • 작성자이종원  부연구위원
  • 소속방송·전파정책연구실
  • 등록일 2010.10.12

올해 미디어 진영의 주요 이슈들 중의 하나로 ‘스마트TV’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지난 달 초,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애플TV를 공개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구글의 에릭 슈미츠 회장은 구글TV 서비스를 올 가을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 세계에서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하자 국내외 미디어 업계는 요동을 치고 있다. 스마트TV의 등장에 따라 가전업계, 방송 및 신문업계, 콘텐츠 업계 등 각기 득실을 따지는 셈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구글TV나 애플TV의 상용화는 기존 미디어 진영에는 기회이자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마트TV를 방송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이슈가 자리 잡고 있다.

방송의 정의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 몇 년간 유무선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방송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촉발되었다. 현행 방송법에는 방송의 정의를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여 이를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송신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법제사적 시각에서 볼 때 현행 방송의 정의는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반영해 왔으며,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등장이 있었다.

1987년 방송법에서는 방송을 정치·경제·사회·문화·시사 등에 관한 보도·논평 및 여론과 교양·음악·오락·연예 등을 공중에게 전파함을 목적으로 방송국이 행하는 무선통신의 송신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시기의 방송이라 함은 지상파방송을 규정하기 위한 것으로써, 지상파방송사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현행 방송의 정의는 2000년 기존 방송법과 종합유선방송법의 통합, 위성방송의 도입, 그리고 2004년 데이터 방송, DMB 등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들을 규정하기 위한 제·개정 과정에서 마련되었다. 특별히 방송을 정의함에 있어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는 경우를 방송을 정의하는 데 있어 핵심 요인으로 규정하였다. 통합방송법에서도 공중에게 송신하는 행위를 방송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로 유지하였다.

한편 주요 해외 각국이 취하고 있는 방송의 정의를 살펴보면, 미국은 공중에 의해 직접 또는 중계국을 거쳐 수신될 수 있도록 의도된 전파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의 제공, 독일은 무선 또는 유선의 전자파를 이용해 공중을 대상으로 문자 음향 그리고 영상 등으로 제작된 모든 유형의 표현물을 전파(傳播)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공중에 의하여 직접 수신된 것을 목적으로 한 무선통신의 송신, 영국은 무선전신을 통한 방송을 의미하며, 그와 같은 종류의 표현은 그에 따라 해석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주요 해외 국가들의 차이라고 한다면, 주요 국가들은 방송을 규정함에 있어 방송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기술적 요소만을 명시하고, 이를 이용해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를 방송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송의 내용물을 형성하는 행위(기획, 편성 또는 제작)까지를 방송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연주소에서 방송국까지 방송프로그램을 전달하고(up_link), 방송국에서 공중에게 전송(down_link)하는 행위까지를 방송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학적 관점에서 볼 때 방송은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유형 중의 하나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송신자가 채널을 이용해 메지시를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로써 송신자와 수신자의 관계가 일대일이냐 일대 다수이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유형은 차별화된다. 메시지가 어떤 내용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유형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아니다.

따라서 방송이 일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때 송신자가 메시지, 즉 콘텐츠 형성의 행위 유무가 방송을 정의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구성요소는 아닐 것이다. 해외 사례에서도 콘텐츠 생산 및 편성과 관련된 요소를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공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방송을 정의함에 있어 핵심 구성요소로 두는 것에는 동일하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하고 있는 방송의 정의는 과거 지상파방송의 방송행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 고도화 시대에 현행 정의에 기초할 경우 여러 가지 유형의 유사 방송행위를 포섭할 수 없다. 기존 사업자와의 공정경쟁, 시청자 보호, 금지행위 등 경쟁활성화와 시청자 보호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향후 방송을 정의한다고 한다면 네트워크 고도화 시대에 부응하는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