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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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Fi로 본 융합의 현주소

  • 작성자김민철  연구위원
  • 소속정보DB센터
  • 등록일 2010.11.09

최근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PC-Fi라는 용어가 대유행하고 있다. PC-Fi는 PC, 즉 Personal Computer와 오디오를 통한 원음의 충실한 재생을 의미하는 Hi-Fi(Hi Fidelity)가 결합된 용어이다.

이 용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PC와 연결된 PC스피커를 통한 음악재생과 PC-Fi는 도대체 뭐가 다르냐고 반문하곤 한다. 사실 큰 틀에서 음악을 재생하는 과정 그 자체는 PC에 부속된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으나, 기존에는 별개로 여겨지던 PC와 Hi-Fi 오디오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고 PC가 충실한 음원 제공의 소스가 되어 기존의 CD급 이상의 고음질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PC-Fi는 상당히 차별화된 방식이다. PC-Fi에서 PC의 역할은 기존의 CD 플레이어를 대체하는 소스기기가 됨과 동시에 음원의 스토리지로서 기능하며 다른 기기들, 예를 들어 iPod계열의 기기를 통해서 음악재생을 원격조정하는 중간매개체로서도 이용된다. 즉, PC가 가정용 오디오 시스템과 융합되어 가정용 Hi-Fi 오디오 시스템의 핵심 구성요소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PC 스피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과 명백히 차별화된다.

PC-Fi 시스템의 핵심은 PC가 개입되었다고 해서 음질에 열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PC가 CD플레이어와 같은 고음질 소스기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PC-Fi를 통해서도 손실압축포맷인 MP3 파일형태의 음원을 충분히 즐길 수가 있으나, CD급의 음질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과 PC가 자신의 오디오 기기와 아무런 장애가 없이 연결될 것을 요구하는 Hi-Fi 오디오 애호가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PC-Fi는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PC-Fi를 즐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CD에 담긴 정보의 손실 없이 PC에 저장하는 리핑(ripping)과정이 필요하며 이렇게 저장된 무손실 음원파일들 내의 디지털 정보들을 정확히 오디오 시스템으로 전송할 수 있는 음악재생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적절한 OS세팅의 변화가 필요하다. PC와 오디오 기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도 매우 중요한데, 오디오 기기에 따라 Firewire(혹은 IEEE 1394)나 USB 등의 접속방식을 이용하면 충분히 손실 없는 데이터의 전송이 가능하다.    

PC-Fi의 등장은 오디오 산업뿐만 아니라 음반시장과 음원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C-Fi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한번 PC에 저장하기만 하면 번거롭게 CD장을 뒤적여서 CD를 찾고, 또 CD플레이어에 집어넣은 후 리모콘으로 통제하면서 재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CD플레이어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중장기적으로는 CD라는 미디어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킨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PC-Fi의 등장으로 새로운 온라인 음원판매 사이트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인데, 기존의 MP3음원 판매와는 성격이 다른 CD급 이상의  고품질 음원파일시장이 새로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미국의 HDTracks.com이나 영국의 Linn사가 CD급 이상의 고음질 음원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24비트급의 높은 정보량을 지닌 음원파일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CD는 태생적으로 16비트 해상도를 지녔는데, PC와 Hi-Fi가 결합되면서 기존의 CD라는 매체가 지닌 한계인 16비트급을 넘어서서 정보량이 훨씬 많은 24비트급 음질의 음원 보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레코딩 단계에서 이미 24비트급의 디지털 녹음이 기술적으로 가능했지만 CD포맷의 한계로 불가피하게 다운그레이드하여 CD에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PC-Fi를 통해서 24비트 고품질 음원의 재생이 가능해졌고, 이 같은 점에서 PC-Fi가 고음질의 음원파일시장을 새로이 창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CD급 이상의 고음질 음원시장이 활성화됨과 동시에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디지털 음원파일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하였으며 온라인으로 라이브 연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연주자들과 청취자를 직접 연결하는 일종의 온라인 직거래 시장이 열린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필의 Digital Concert Hall은 1년에 149유로의 비용을 지불하면 30개의 라이브 연주를 생중계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저장되어 있는 모든 연주영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베를린필의 생중계를 PC 스피커로 본다는 전제에서 이렇게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PC기반 Hi-Fi 오디오나 AV 시스템이 전제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라이브 공연을 현장감 있게 즐길 수 있다면 이러한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려 할 애호가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베를린필의 Digital Concert Hall은 Sony TV(Google TV로 추정)나 Sony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사전설치된 상태로 판매된다고도 하니 음악을 듣는 환경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방법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음악/음반 산업 내의 플레이어들의 손익구조에도 그에 상응하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PC-Fi는 초고속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서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PC-Fi가 새로운 고음질 음원시장을 열었다는 것은 융합은 1+1을 2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1+1을 3으로 만드는데 그 의의가 있다는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CD라는 포맷이 단시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CD가 나온 뒤에 상당히 주춤했던 LP시장이 최근에 상당히 강력하게 부활한 것만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여전히 LP시장은 틈새시장이며 멀지 않아 CD시장도 이와 비슷한 길을 가리라고 예측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최근에 많은 음반사들이 각종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다량의 CD를 묶어서 저가에 판매하는 치열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음반사들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겠으나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이러한 가격경쟁이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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