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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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재송신 관련 판결의 의미

  • 작성자염수현  부연구위원
  • 소속방송·전파정책연구실
  • 등록일 2010.12.06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둘러싼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방송사간의 분쟁은 최근 내려진 법원의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132731)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판결의 핵심은 케이블방송이 지상파방송사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였으므로 2009년 12월18일 이후부터 새로이 종합유선방송에 가입한 수신자들에게 디지털 지상파방송신호를 동시재송신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시중계방송이란 다른 곳으로부터 방송신호를 수신하는 동시에 이를 다시 외부에 송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동시중계방송권을 가지는 지상파방송사들은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송출한 방송신호를 다른 지역에 설치한 안테나 등을 통해 수신하여 이를 해당 지역에 재송신할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위와 같은 방식의 재송신을 허용하거나 무단 재송신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신호를 전송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이 이를 수신할 수 있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상대방의 수신 행위를 제한할 수 없으며 수신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고품질의 방송화면을 시청할 수 있도록 유상 또는 무상으로 방송신호 수신을 위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시청자의 방송수신을 도와주는 것으로, 시청자의 행위로 평가되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케이블 방송사의 재송신 행위는 수신설비 등의 관리 행태, 영업행위, 방송신호의 변경 등을 볼 때, 시청자의 수신을 단순히 도와주는 정도를 넘어 사실상 독자적인 방송행위라고 할 것이어서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방송법 제78조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지상파방송 중 특정 공영방송(KBS1, EBS)을 동시재송신하도록 하면서(제1항), 이 경우 저작권법 제85조의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은 적용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있는바(제3항), 이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지상파방송을 동시재송신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위 판결은 해석하였다. 또한 방송권역 내에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재송신 행위에 대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저작권법상 동시중계방송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한 행위는 지상파 방송사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였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위 판결과 방송법 규정을 종합하면, 현재의 우리 방송법은 독자적인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기 위해서는 의무재송신 대상인 특정 공영방송을 제외하고는 지상파 방송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해석되는 것이 타당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의 미국 지상파방송 재송신 제도와 일맥상통한다.  1992년 제정된 ‘케이블TV 소비자 보호와 경쟁에 관한 법(Cable Television consumer Protection and Competition Act)’에 의해 미국의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은 3년마다 케이블 TV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의무재전송(must-carry)을 요구하거나 재송신 동의(retransmission consent)를 받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 동의를 선택한다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TV 사업자는 협상을 통해 지상파방송 채널에 대한 재송신 계약조건을 결정하게 된다. 1992년 케이블법 적용 초기에 지상파방송 사업자들은 재송신 동의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채널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사용료를 요구하기보다는 자사 보유 케이블 채널의 전송을 요구하며 자사계열 채널의 전국적 커버리지 확대에 노력하였으나 최근 지상파방송사들은 송출중단 가능성을 무기로 전송사업자에게 지상파방송 채널 사용에 대한 요금 인상을 요구하여 지상파방송 재송신료가 큰폭으로 상승하고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가격 협상 과정에서 실제로 지상파 방송의 방송중단(Blackout)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케이블 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를 포함한 유료방송사업자 및 관련 거래단체, 공익 단체들은 FCC에 지상파방송 재송신을 관장하는 규제를 수정하고 보완해줄 것을 요구하는 입법을 위한 청원을 제기하였다. 이 청원은 현재의 재송신 동의에 관한 규정이 플랫폼간 경쟁이 치열해진 유료방송 시장의 변화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분쟁해결 메커니즘과 의무적인 과도기적 전송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상파 방송 재송신과 관련하여 보다 명확한 제도의 확립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제도 마련에 있어서 저작물 창작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자의 부당이득을 금지하는 저작권법의 근본 정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나, 지상파 방송이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로서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는 점,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경쟁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플랫폼 경쟁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 등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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