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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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쟁력은 잊자

  • 작성자공영일  부연구위원
  • 소속북한방송통신연구센터
  • 등록일 2011.01.20

날이 몹시 춥다. 어린 시절 장작 난로의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불교 참선의 화두 중에 단하소불(丹霞燒佛)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나라의 단하(丹霞)라는 선승이 목불(木佛)을 불태웠다(燒)는 것이다. 어느 겨울 그가 혜림사라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날이 몹시 추웠다. 법당을 둘러보니 목불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목불을 꺼내 쪼갠 뒤 불을 지펴 몸을 녹이고 있었다. 이를 본 혜림사의 주지는 어떻게 신성한 불상을 태울 수 있냐고 진노하며 따져 물었다. 단하는 사리(舍利)를 얻으려 한다고 대답한다. 이에 주지가 나무에서 어떻게 사리가 나올 수 있냐고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쳐 반문하다가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가 얻은 깨달음은 무엇일까?

철학자 강신주의 해석에 따르면, 주지는 목불이라는 것도 결국 부처처럼 숭배 받아야 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단하와의 문답을 통해서 의도치 않게 목불은 나무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의 입으로 토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주지의 깨달음은, 그가 목불의 본질이라고 가정한 해묵은 집착으로부터 벗어난 데 있었던 셈이다.

불가(佛家)에서는 괴로움(苦)이 집착(執)으로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돈, 명예, 건강, 사랑, 지식 등 어떤 대상과 상황에 집착을 하게 되면 자신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과 욕심사이의 간극만큼 괴로움이 커진다는 것이다.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것은 개인의 바람, 노력, 열정을 부정하는 허무주의가 아닌 지나침을 경계하는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집착을 경계해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집착하게 되면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집착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제약하고 판단에 왜곡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이는 비단 개인차원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는 큰 변화의 시기에, 과거부터 오랜 기간을 선두의 위치에 있었던 기업들에게서 이러한 사례들이 종종 목격된다.

통상적으로 이런 변혁의 시기에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과 혁신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자신을 현재의 위치에 있게 한 수익모델이나 사업방식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한다. 각고(刻苦)의 노력을 통해 이뤄냈으며, 시장에서 오랫동안 검증되어온 성공 방정식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업들의 일반적인 선택은 `기존 경쟁력을 기반으로, 변화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변혁의 시기에는 이렇게 `바람직해보이는' 대응이 잘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0년 이상을 모바일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해온 노키아의 경우 2007년에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하였으나, 3년 뒤인 2010년 3분기 기준 36.6%로 줄어들었다.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려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5%에 채 미치지 못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대한 이들 기업의 대응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기존 경쟁력의 틀 내에서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뒤쫓아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경쟁력을 포기할 수도 없고, 대응 시기를 놓치면 따라잡기도 힘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응은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혁의 시기에는 기존 경쟁력의 활용, 경쟁자와 유사한 방식의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통한 생존 전략의 재수립이 중요하다. 새로운 시기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 설정과 전략 수립이 먼저고, 기존 경쟁력을 활용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는 것과 소변을 보고 바지를 내리는 것은 순서만 다를 뿐이지만 그 결과는 많이 다르다.이 시기에는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그 다음인가? 우리는 과거의 경쟁력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는가? 과거 변혁의 시기와 당시 선두 기업들의 역사를 돌아볼 일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 타임스 1월 20일(목, 22면) [디지털 산책]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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