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사망ㆍ실종자가 3월 25일 기준 2만 7500명에 달한 가운데 경찰청 집계에 잡히지 않은 인명피해를 고려할 경우 5만명이 넘을 수도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대지진 피해에 따른 경제비용이 16조엔~25조엔(한화 220조~34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가 추정하였다.
지진과 쓰나미, 원자력발전소 사고, 오염에 따른 음식, 식수 문제 등 이번 대지진은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의 특성을 모두 보여준다. 이번 재난은 대형화, 집중화되었으며, 산업시설의 노후화, 생활공간 밀집화의 영향이 컸다. 또한 상호 작용성이 강하고 복잡성도 어느 재난보다 높다. 이러한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파편화되어 있는 관련 기관 간 협력과 연계를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밀착적 대응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재난통신과 방송의 역할이며, 통신과 관련하여 재난에 특화된 무선통신망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경우 재난예방 및 관리시스템에서 최고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으나 소방, 경찰, 지자체 등 재난 관련 기관이 사용하는 무선통신망은 높은 수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이번 지진에서도 일반 유선통신망과 이동통신망이 붕괴되어 상당 시간이 흐른 후에 복구되는 상황이며 이는 재난 현장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일본의 재난통신망 정책의 경우 자체 기술에 대한 선호로 자체적으로 개발한 TRS와 유사한 MCA(Multi Channel Access) 기술과 VHF/UHF 무선통신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150MHz대역과 400MHz 대역을 사용하는 소방ㆍ구급ㆍ경찰 등 재난대응기관들이 사용하는 주파수가 달라 공통주파수를 지정해도 기관 간 통신소통이 불가능한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트래픽이 폭주할 경우 소통대책이 없다.
기관 간 통신에서도 단순한 PTT(Push-to-Talk) 방식의 음성통화만 가능하여 이번 재난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려우며, 무선중계소 등에 대한 자가발전시설 부족으로 지진으로 정전이 장기화되어 통신망이 두절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일본 총무성이 아날로그 방식 주파수 사용을 2016년까지만 허용하도록 제도화하였고, 디지털 방식으로 전체 전환을 계획하는 시점에서 이번 재난이 발생하였다.
전국적인 디지털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이 구축되어 있고, 재난 시 백업망에 대한 구축이 완료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이번 재난시 이동형 차량, 헬기 등을 이용하여 비상 기지국을 빠르게 구축ㆍ운영하는 것이 가능하고, 기지국이 이동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위성겸용 단말 등을 이용하여 긴급통화, 그리고 단말간 통화(DMO) 기능을 이용하여 평지에서 1km 이상의 송수신이 가능하다. 일본이 전국 규모의 첨단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을 구축ㆍ운영하였다면 이번 상황에서 수분초를 다투는 인명 구조, 재난 대응의 효율은 상당히 증가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은 어떠한가? 구축 사업이 논의된지 9년, 사업 세부추진계획 수립 후 6년이 지났지만 소규모의 시범 및 확장사업을 진행 한 이후 사업이 중단되었다. 경제성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타당성 논란으로 사업은 중단되어 있는 상황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소모적인 시간이 흐른 셈이다. 사업의 지연 및 중단으로 재난 담당 기관이나, 사업 관련 기업들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화되고 있다. 새로운 수요에 대한 재난안전무선통신망 신설이 불가능하고,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도 증설 중단으로 노후화되고 있다. 대형재난에 대비한 백업망 확보는 천리안 위성에 주파수 대역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일본의 지진이 국내에 발생한다면 기존의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간의 소모적인 논쟁을 이제라도 종료하고, 올해 안으로 빠르게 기술 검증을 마무리하고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3월 30일(수, 23면) [DT 광장]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