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우리사회의 화두로 아이폰이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스마트 미디어로 대변되는 다양한 방송 콘텐트 전송 매체와 방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이 가능한 OS 기반의 스마트 TV는 전세계적으로 2013년까지 평균 25% 이상 고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국내에서 역시 2012년 디지털 전환을 기점으로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장소의 제약 없이 비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 미디어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전통적인 TV 단말기 앞의 실시간 본방송 사수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20,30대 시청자들의 이탈 현상은 이미 각종 시청률 관련 통계에서 보고되고 있다. 반면, 방송 주파수의 희소성, 일상성, 편재성, 침투성, 동시성 등에 근거하여 그 정당성을 인정받던 방송 정책과 편성 규제들은 점차 그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정책 담당자들과 연구자들은 방송과 편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규제 또는 진흥이나 보호책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써 방송을 본다면, 방송 그 자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는 이미 방송의 정의에서 전송수단의 구분을 삭제한 경우도 있으며, 2011년 초 이태리의 방송규제기관인 AGCOM은 Youtube 같은 비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제공 사이트를 방송서비스와 같은 것으로 간주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인접국 일본에서는 지난해 방송법 개정에서 VOD를 방송의 범주로 편입시키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방송의 개념 정의 시 거론되던 요소들이 비실시간 온라인 비디오 콘텐트의 시청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신유형 서비스를 방송에 가늠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방송이라고 간주해야 할 것인지, 방송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작업이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부합하는 방송 편성정책을 정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일부로 방송의 자유와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방송이 갖는 영향력은 신문의 편집에 비견되는 편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동일한 콘텐트를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통해 접근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전송할 콘텐트의 선택은 물론, 시청자들로 하여금 특정 콘텐트에 대한 접근이 더 용이하도록 일정한 방식으로 구성 내지 조직화하는 노력이 관여되지 않은 콘텐트의 소비는 방송 수신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편성 또는 채널 구성에 대한 방송사업자의 관여 정도를 출발점으로 하고, 기존에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 논의의 근거가 되었던 여러 요소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가에 따라 다양한 시청각 서비스를 방송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편성에 관한 논의와 재정의 작업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편성이 보다 많은 시청자에 접근하기 위해 서비스의 구색을 결정하는 작업이라고 간주한다면, 다채널 사업자의 채널 구성은 물론, IPTV의 화면구성 또는 채널 패키징까지도 편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단, 현행 방송법에서는 채널의 구성에 관해서 편성이 아닌, 채널의 구성과 운영이라는 별도의 항목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편성의 개념을 채널의 영역까지 확장하는 접근법은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접근 가능한 채널 및 매체의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장소와 매체, 시간의 제약 없이 원하는 콘텐트의 시청이 가능한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는 단일 채널 내에서 분야별로 전체 방송시간의 일정 비율을 의무 편성하도록 하는 기존의 편성 규정들이 큰 실효성을 지니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편성 영역으로의 편입여부를 떠나서, 장기적으로는 현재와 같은 채널 내 편성이 아닌 여러 채널들 간의 관계에서 다양성과 균형을 추구하는 채널 구성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동시에, 채널의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다양성과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규정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시대에 부합하는 방송 편성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은 결코 스마트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방송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강조되거나 반대로 그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는 규제들을 하나씩 검토하고 보완, 첨삭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스마트 미디어가 약속하는 미래의 미디어 환경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