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목동 방송회관에서는 최근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토론자와 청중들이 머리를 맞대는 장이 마련되었다. 다름 아닌 방송사업자간 소유·겸영규제 개선 방안 공청회이다. 방송분야에서 소유겸영 규제는 방송정책의 핵심이자 근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는 점에서 시장에서의 관심은 매우 클 수 밖에 없다. 그러한 까닭은 전통적으로 소유겸영규제 영역은 방송사업자 입장에서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며,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방송의 전통적 가치, 예컨대 방송의 공익성이라는 가치를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지금의 방송시장에 효과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휘발성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교과서적 의미에서 겸영 또는 M&A는 관련 기업에게는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관련 시장에서 당해기업의 시장집중율을 높일 수 있다. 시장집중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시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고, 이를 통해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효율성 차원에서 본다면 규모의 경제나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긍적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논리이다.
전통적으로 방송은 개인의 사회문화적 가치, 의견형성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규제의 대상으로 위치지어 왔다. 방송은 규제를 통해 바람직한 시민의 양성, 다양한 의견 형성, 지역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신념을 만들어 내며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상위 이념으로 방송의 공익성을 고안해 냈다. 그 때문에 방송의 공익성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이‘바람직한 방송’을 이야기할 때 마다 수사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며 무소불휘의 힘을 행사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바람직한 방송을 가늠하는 잣대로서의 방송의 공익성을 구현하는 방식을 다르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방송정책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구성하는 하위 구성요소로 다양성, 지역성, 표현의 자유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다양성은 프로그램내 혹은 장르내 다양성을 의미하며, 표현의 자유는 다양한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소스의 다양성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로컬리즘은 문화적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방송의 공익성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적 실체를 실체화 시킬 수 있는 변수는 다양성이라 여겨진다. 그러한 것이 언론학계에서 방송의 공익성에 관한 연구들 중 계량화하고 측정가능한 변수로 다양성을 분석유목으로 삼은 연구들이 다수 목격되고 있다는 것에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행 방송법령상에 존재하는 그물망식의 소유겸영규제가 존재하고, 그것의 입법취지가 매체간 균형발전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입법당시의 자료를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다양성 실현이라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혹자는 인터넷을 언급하며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은 충분하기에 다양성을 방송미디어로 국한해서 볼 필요는 없다, 또 다른 이들은 각종 미디어 이용행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방송 이용율이 높기 때문에 방송에서의 다양성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방법론상의 차이, 인식론적 차이를 떠나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우리가 간직해야 할 중요한 가치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방송환경이 아날로그인 시기와 디지털인 시기에는 다양성 구현방법은 다를 수 밖에 없고, 지금과 같은 전환기 정책 수립시기에는 과도기적인 구현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지금과 같은 스마트 미디어 환경, 방송의 디지털 전환 국면에서 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방송사업자간 소유겸영규제를 대폭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회적으로 이론의 여지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디지털로 전환하는 지금의 국면에서 규제완화에 따른 시장집중, 그로인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 즉 소스의 다양성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이행기 국면에서 소스의 다양성을 정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플랫폼사업자의 채널구성에 있어 아날로그 대역에 대한 ‘쿼터제’를 일정기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1984년 탈규제를 지향하며 케이블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일명 임대채널운용규정을 마련하였다(커뮤니케이션법 612조. cable channels for commercial use). 동 규정의 입법취지는 소스의 다양성을 구현함과 동시에 플랫폼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사업자의 운용채널 중 일정비율을 수직적 결합사업자의 케이블 네트워크가 아닌 독립 네트워크에게 할당할 것을 규정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분야의 전환기 이행정책은 보다 세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통해 방송사업자간 소유겸영규제 완화에 따른 효율성 제고와 시장집중에 따른 다양성 감소간의 상충관계는 일정정도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