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No Image

멀티스크린 시대의 시청률

  • 작성자한은영  부연구위원
  • 소속정보DB센터
  • 등록일 2011.10.04

‘모래시계’가 ‘귀가 시계’란 말이 있었다. 1995년에 인기리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모래시계’를 보기 위해 방송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서둘러 귀가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귀가 시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시대를 살게 되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러 미디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디어 기술의 출발은 역사적으로 80~90년대의 VCR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러한 VCR과 그 후 등장한 PVR(혹은 DVR)은 이용자가 프로그램을 녹화해 두었다가 편리한 시간에 시청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프로그램 시청의 시간이동(timeshifting)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통한 DMB와 같은 이동방송의 등장으로 모바일 환경에서의 TV 시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테이크아웃(take-out) TV’로 불리는 슬링박스(Slingbox)와 같은 기술은 집 안의 TV를 집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케이블 사업자로 대표되는 유료TV 사업자, 지상파방송 사업자 등이 TV Everywhere 등의 멀티스크린(multiscreen) 서비스에 적극 참여하거나, 참여 의지를 보임으로써 TV 시청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광범위한 방향으로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거실의 TV 수상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가족단위의 시청시대는 지나가고, 이제 TV 시청행태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힘을 빌어 개인화되어 가고 있다. 즉, 이용자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PC나 휴대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이동 단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에도 TV 시청에 있어서 이와 같은 시공간의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멀티스크린 서비스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멀티스크린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콘텐츠 수급 문제이다. 멀티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콘텐츠 기업과의 저작권 갈등으로 인해 멀티스크린 서비스의 출시를 지연시키거나, 제한된 범위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콘텐츠 기업들이 새로운 단말을 통한 콘텐츠 제공에 추가적인 저작료를 요구하면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콘텐츠 기업들이 저작료를 추가로 요구하는 이유는 TV 외의 다른 스크린을 통한 방송 시청이 시청률에 집계되지 않아 시청자의 분산으로 광고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스크린이 늘어날수록 TV 시청률은 감소할 수밖에 없어 ‘멀티스크린은 자기 시장 잠식’이라는 것이 콘텐츠 기업들의 생각이다.

따라서 멀티스크린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청률 산정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모든 인터넷 접속 단말이 언제 어디서나 TV의 기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TV와 기타 스크린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과 같이 TV를 통한 시청만을 시청률로 집계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미디어 소비행태가 보편화되고 있는 멀티스크린 시대에 적합하도록 TV 수상기 외의 다양한 단말을 통한 옥외 시청, 이동 중 시청 등도 포괄할 수 있는 통합적 시청률 측정방법의 도입 및 광고단가 산정 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멀티스크린 시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융합 환경에 적합한 통합적 시청률 측정은 프로그램 및 시장행위자의 성과분석은 물론, 시장경쟁 분석의 정확성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신보람
  • 연락처043-531-4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