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정보통신 산업에 있어서 엄청난 시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인터넷 사용자는 약 4억 2천만 명에 달하며 이들 중 70%는 서른 살 미만의 미혼자와 10대 청소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뉴스나 책과 같은 단순 정보 검색보다는 음원 내려 받기와 온라인 게임, 그리고 소셜 네트워킹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 온라인 시장 조사기관인 iResearch에 따르면 이들은 2010년 4분기에만 약 640억 개의 인터넷 검색을 시도하였는데 이 중 83.6%의 검색이 ‘Google’이 아닌 중국의 ‘Baidu’를 통해 이루어졌다.
바이두는 2000년 1월 18일 공동창업자인 Robin Li와 Eric Xu에 의해 설립된 인터넷 검색서비스 회사로 2005년 8월 5일 미국 NASDAQ 시장에 상장된 이래 2007년 12월 NASDAQ-100 index에 중국 기업 최초로 포함되었고 2010년 12억 달러의 연간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0월말 현재 주가는 약 130달러를 기록하여 NASDAQ 시가 총액 4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또한 현재 세계 검색 엔진 순위 5위를 기록하며 Fortune지에서 발표한 2011년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글로벌 100대 기업 중 중국 1위, 세계 4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바이두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구글과 페이스북의 중국시장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정부의 폐쇄적인 정책 탓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중국의 여타 검색엔진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특허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이들만의 검색 메커니즘이 있다. 1994년 미국 Wall Street Journal의 online edition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팀에서 일을 시작한 Robin Li는 1996년 각 웹사이트의 인기도를 얼마나 많은 다른 웹사이트들이 그에 대한 링크를 가지고 있느냐를 통해 측정하는, 이른바 ‘link analysis’라고 하는 검색 메커니즘을 개발하였다. 또한 바이두의 검색 엔진은 표의문자인 중국어를 영어 알파벳 발음대로 검색하게 하는 ‘Pinyin’표음 검색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Baiduspider’라고 불리는 웹사이트 색인 기법을 통해 바이두에 의해 검색되는 사이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검색 기법을 소유하는 등 기술적으로 훌륭한 검색 기법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두도 중국의 이동통신 검색 시장에서는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만큼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인터넷 시장 조사기관인 Analysis International에 따르면 바이두는 중국의 이동통신 평균 일일검색량의 36.1%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따라 Yisou가 18.2%, Tencent가 13.8%, 그리고 Google China가 11.3%를 차지하고 있다. 비록 바이두가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인터넷 검색 시장의 점유율에 비하면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 이동통신 사업이 갖는 잠재력을 감안할 때 바이두가 지금까지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검색 시장에서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총인구의 3배에 달하는 약 9억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1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만 약 2천만 개의 스마트폰이 팔려 나가며 판매성장률 약 4.8%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두의 CEO인 Robin Li도 이 점을 감안하여 이른바 ‘표준 검색’ 전쟁에서의 승리를 강조하고 있다. 표준 검색이란 안드로이드 휴대폰의 초기 바탕 화면에 설치되어 있는 검색 박스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바이두는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유니콤과 같은 지역 통신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바이두의 검색 엔진과 메시지 포럼 등의 기능들이 부가가치 서비스 플랫폼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였고 노키아, 모토롤라, LG 전자와 같은 휴대폰 기기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바이두의 검색 서비스가 이들의 휴대폰을 통해 제공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바이두는 ‘Baidu Yi’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 플랫폼 소프트웨어는 애플사의 앱 스토어와 같이 제3의 개발자들이 개발한 게임이나 지도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유통시킬 뿐만 아니라 스마트 검색박스,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커머스와 같은 기능들을 통합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전자책을 읽던 스마트폰 사용자가 그 책의 단어를 검색하고자 할 때 바이두 웹 검색을 연계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개발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바이두가 궁극적으로 스마트폰 OS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 비록 대외적으로는 이런 기사를 부인하고 있으나 얼마 전 미국의 Dell 사와 제휴를 발표한 바이두는 중국을 겨냥한 태블릿 PC와 휴대폰의 공동 개발을 공표한 상태이다.
이러한 바이두의 모바일 생태계 생존 전략은 우리나라 대형 포탈 업체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 검색 시장은 이미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이동통신 검색 시장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은 네트워크 사업자, 단말기 사업자와 같은 대형 사업자뿐만 아니라 콘텐츠 및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협력하고 공생하는 개방적·수평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구글뿐만 아니라 바이두,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포탈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장에서 기존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부문의 적극적인 R&D와 인수·합병 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어 이미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ICT 핵심 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지닌 우리나라 하드웨어 업체와 더불어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생존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