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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경쟁정책

  • 작성자김현수  부연구위원
  • 소속통신전파연구실
  • 등록일 2013.03.25

최근 들어 ICT 부문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플랫폼의 중대성이 증가하면서 플랫폼 간 경쟁이 전세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력한 범위의 경제를 갖는 플랫폼 간 경쟁은 이용자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반면, 과거의 협력업체들과 이해상충을 일으키면서 플랫폼의 병목(bottleneck) 효과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 플랫폼으로 인정받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경쟁제한적 시장행동들은 여러 차례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으며 현재도 세계 각국 규제기관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구글의 검색관행에 관한 EU와 미국 경쟁당국의 조치가 아닐까 한다.

2010년 11월 EU 위원회는 구글의 검색관행에 관한 경쟁업체들의 고발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였다. 경쟁업체들은 구글이 검색결과 제공화면에서 Google Places/Local, Google Finance, Google News, YouTube, Google Maps, Google Travel, Google Flight Search and Google Product Search 등의 자사서비스를 우대하고, 경쟁업체의 여행․식당 이용후기를 복사하며, 웹사이트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와의 경쟁제한적 계약을 통해 광고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네 가지 관행 중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큰 것은 첫 번째 행위, 즉 구글이 자연검색결과 제공화면에서 인접시장에서의 경쟁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행위로서, 이는 이른바 검색 비중립성(search non-neutrality) 또는 검색 편향(search bias) 등으로 칭해지기도 하였다.

2012년 5월 위원회는 이러한 구글의 행위들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는 예비조사결론을 공표하면서, 구글에게 동의결정(commitment decision) 절차를 이용하기 위한 시정안을 제출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후 구글은 자사서비스임을 표시(labeling)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위원회가 이것만으로는 경쟁상 우려를 제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아 현재까지도 계속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국 FTC는 2013년 1월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구글이 경쟁제한적인 방향으로 검색결과를 편향되게 수정하지 않았다고 결정하였다.

글로벌 ICT 기업의 동일행위에 대하여 EU와 미국이 서로 다른 법적 평가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MS가 PC OS에 브라우저 또는 메신저 등을 결합판매한 행위에 관한 것이다. 미국 FTC는 MS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하였고, 연방지방법원은 이를 인정하면서 MS를 OS 회사와 응용프로그램 회사로 분리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법원은 주요쟁점들을 파기환송하면서 MS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면, EU에서는 항소심에서 MS가 패소하고 MS는 모든 윈도우 제품에 브라우저 선택 화면(BCS)을 기본 메뉴로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 이후 MS는 이러한 약속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추가적인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가장 최근인 2013년 3월에 부과된 5억 6100만 유로를 포함해 EU가 지금까지 MS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22억 4000만 유로(약 3조 1400억원)이다.

다시 구글의 자사서비스 우대행위로 돌아가 보자. 구글은 자사서비스 우대가 이용자후생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자사서비스 우대가 단순히 첫 번째 위치에 표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 자체를 같은 화면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더 빠르고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한 구글은 비단 검색서비스 시장뿐만 아니라 인접시장의 경쟁업체들, 예를 들어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과 치열하게 플랫폼 경쟁을 하고 있는데 이 사건 행위를 규제하게 되면 이러한 자연스러운 경쟁과정을 왜곡하게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의 검색서비스 시장은 어떠한가? EU 또는 미국 시장과 달리 구글의 점유율이 미미하고 국내기업인 네이버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이 사건행위, 즉 자사서비스 우대관행은 국내시장에서 보다 이른 시기부터 횡행하여 이에 대한 경쟁자들의 비판이 자주 제기된 바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미국에는 구글 외에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 우량 웹사이트들이 다수 존재하여 인터넷 생태계가 풍부한 데 반해 한국은 네이버 외에는 우량 웹사이트를 찾기 어렵게 되었다고 비판하는 견해들도 있다.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은 영원할 수 없고 ICT 부문에서는 특히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과거의 상황이 아니라 문제된 행위가 없었을 경우의 상황이다. 경쟁자의 진입, 생존, 확대 등에 근거하여 시장지배력 또는 특정행위의 경쟁제한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바로 이러한 유동성으로 인하여 기존 사업자가 경쟁제한행위를 할 유인이 더욱 증가하고 일정한 시장특성은 이러한 행위의 효과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산업발전 초기부터 강력한 경쟁정책이 요청될 수 있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적 플랫폼에 대한 경쟁법 집행이 이용자에게 엄청난 이익이 되는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쟁제한효과에 대한 입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ICT 시장 환경에서 이러한 입증은 복잡하면서도 단편적인 경제 분석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 대한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문제의 복잡함과 모호함은 일정 정도 과장되어 있고, 문제의 핵심을 가리는 구름(clouds)을 헤쳐낸다면 대부분 그닥 새로울 것이 없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남게 될 것이다. 그 오래된 이야기들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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