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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생태계, 실물 부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먼저

  • 작성자염수현  부연구위원
  • 소속창조경제연구실
  • 등록일 2013.08.26

얼마 전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PD의 비극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애도의 마음 한 편에 우리사회에서 창업을 한다는 것의 리스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씁쓸함이 더해진다. 안정적인 방송사 PD를 접고 독립 프로덕션을 세웠던 기업인의 죽음은 공무원, 교사에 대한 과도한 선호가 보여주듯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도한 지향이 개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한다.

혁신적인 창업기업이 경제 전체에 주는 혁신, 고용 창출, 생산성 향상 등의 이로운 외부성에 대해서는 폭넓은 동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시장실패로 인하여 창업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여 창업되지 못하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펀딩갭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높은 리스크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하여 벤처기업의 창업, 성장, 확장을 위해 필요한 건전한 자금 조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투자자본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는 고도로 발달된 벤처캐피털 시장의 발전으로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음을 미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많은 나라에서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을 복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정책 수단을 사용하여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을 공급하는 측과 벤처캐피털을 수요하는 측이 동시에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진화하여야 한다. 초기단계 기업에 대한 심사능력과 경영지원 능력을 갖춘 벤처캐피털리스트, 충분한 규모의 전문적인 벤처캐피털 펀드의 대규모 공급, 초기단계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수용하는 기관투자자 등은 벤처캐피털의 공급 사이드를 결정한다. 벤처캐피털 시장의 수요 사이드는 건전한 투자 자본을 필요로 하는 창업가, 창업기업이 얼마나 많고 질적으로 우수한지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된 창업가와 혁신적인 창업기업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는 벤처캐피털의 공급, 벤처캐피털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 벤처기업을 키워줄 수 있는 벤처캐피털의 전문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수준 있는 벤처 기업의 지원과 투자 경험이 축적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심사 능력과 경영지원 능력 등 벤처캐피털의 전문성이 키워지기 때문에 벤처캐피털과 실물 부문의 창업기업은 맞물려서 발전하게 된다.

과거 여러 국가들의 벤처 정책 사례는 벤처캐피털의 공급 측면 즉 벤처캐피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그리고 벤처캐피털 시장에 공적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본 공급을 증가시키려는 정책이 주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벤처캐피털 시장을 복제하고자 하는 많은 나라들의 정책이 실패로 평가되는 데 대해 실물사이드에서의 기업가 정신 부재 그리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 기업들의 공급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벤처 창업이 가장 활발하여 많은 나라들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가 태동하기 시작하던 시기 러시아에서 유입된 이민 과학자들의 활발한 창업 의지가 있었다. 또한 노키아의 몰락으로 인해 창업 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모바일 엔지니어들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핀란드의 창업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기업가 정신의 부재이며 안정적인 직업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되게 하는 사회 경제적인 구조이다. 혁신적 기술 창업이 최우수 인력의 합리적 선택이 되게 하는 변화를 가져오는 일 그리고 실물부문에서 우수한 인력의 창업 선택을 잘 키워줄 수 있는 인프라를 제대로 조성하는 일이 먼저다.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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