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란 일반적으로 매수와 매도 양방향에 대해 일정한 수량의 주문을 유지하여 누구나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관을 지칭한다. 자본시장에서의 시장조성자는 매수와 매도 양방향호가를 통해 시장가격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일정 부분 가격설정자로서 기능하게 된다. 특히 시장조성자는 시장조성을 위해 수동적으로 증권 등을 매매하게 되므로 원치 않는 자산을 보유하여 자산 가격변동에 노출될 수 있는 재고 위험(inventory risk)을 항상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재고 위험을 보상하기 위해 매도호가를 매수호가보다 높게 유지하여 양방향 호가갭으로 인한 수익이 자산 가격변동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보다 커지게 함으로써 시장조성자의 역할이 지속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통사는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이동통신 단말을 서비스와 연계하여 판매함으로써 이동통신 단말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단말 제조사로부터의 매입량을 최소화하고 이용자에 대한 판매량은 극대화하는 가격설정 행태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이통사는 단말 제조사로부터 이동통신 단말을 매입하는데 있어 매입가격을 경쟁가격보다 높은 수준(price floor)에서 설정하는 반면, 이동통신 단말을 판매함에 있어서는 가입자에 대한 판매가격을 경쟁가격보다 낮은 수준(price ceiling)에서 설정한다. 이처럼 이통사는 자본시장의 시장조성자와 마찬가지로 이동통신 단말 유통시장의 가격설정자로서 기능하며, 이를 넘어서 시장에 유통되는 단말의 종류, 기능마저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시장조성자는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간의 호가 범위를 제한받을 뿐만 아니라 호가제시, 인수 및 보유물량, 정부로의 보고 등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에 반해 실질적으로 이동통신 단말의 가격설정자인 이통사가 단말 유통 측면에서 부담하는 의무는 차별적 보조금 지급에 대한 사후규제가 유일하여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비해 책임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중인 이통사가 홈페이지 등에 단말기별 출고가, 보조금, 판매가를 공시하도록 하는 조치는 자본시장의 시장조성자에 부과된 호가제시 의무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규제라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단말 판매가격 공시는 가입유형, 지역 등에 따른 이용자 차별의 소지를 줄일 뿐만 아니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인함으로써 보다 시장기능에 입각하여 단말 가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