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베르텔스만(Bertelsmann) 그룹과 함께 유럽 최대의 미디어 그룹이자 글로벌 미디어 기업 중 하나인 프랑스의 비방디(Vivendi) 그룹1)이 최근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 각각의 변화와 그 의미를 살펴보자.

첫 번째 변화는 2011년 1월, 비방디가 보유하고 있던 NBC Universal의 지분 (12.34%)을 마침내 GE(General Electric)에 전량 매각했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지난 2000년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를 인수하면서 화려하게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으나, 지나친 인수 합병으로 인한 재정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보유 주식 대부분을 다시 매각2)할 수밖에 없었던 비방디의 슬픈 역사는 결국 이렇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물론, 비방디라는 특정 기업의 문화와 역사가 개별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비영어권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디어 기업이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유지, 발전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지난 7월, 지금까지 비방디 그룹의 든든한 한 축이었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ard)3)의 분리 결정이다. 이 역시 비방디 그룹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 결정을 통해, 비방디 그룹은 액티비전 블리자드 보유 주식 4억2900만 주(82억 달러어치)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현 경영진인 Bobby Kotick 사장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물론, 현재 일부 주주의 반대로 계약 체결 및 이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이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다면, 주요 글로벌 미디어 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게임 사업에 진출해 있던 비방디마저 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된다.4) TV, Radio 등의 전통적 미디어 채널 또는 플랫폼 관점에서 볼 때, 게임 사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영화나 음악 등의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번째 변화는 비방디 그룹 내에서 뱅상 볼로레(Vincent Bolloré)의 활약상이다. 제지, 에너지, 로지스틱스 등의 사업을 통해, 유럽 200대 기업에 들어갈 정도의 재벌인 볼로레는 자신이 비방디 그룹 내에 보유하고 있는 지분 5%를 가지고, 활동가 투자자(또는 주주 활동가)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비방디 그룹의 차기 회장을 향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업계에 파다하다. 2004년 Havas(광고)의 최대주주, 2005년 Direct 8(디지털 지상파 신규 채널), 2006년 Direct Soir(무가지)의 론칭 등 최근 10년 동안 미디어 업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뱅상 볼로레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그러한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볼로레 개인의 선호나 비전의 차이가 작용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미디어가 여전히 재벌들에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먹잇감임을 반증하는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음원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최대의 미디어 기업이자 비(非)영어권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대표 주자인 비방디(Vivendi) 그룹의 향후 모습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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