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자 연예인이 광고를 할 정도로 우체국 예금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시절 보라색 표지의 생애 첫 통장도 우체국 예금통장이었다. 이런 오랜 전통의 우체국 예금이, 오늘날 골목마다 은행들이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그 명목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전체 수신고 대비 4%의 점유율이 그 실상을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4%조차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권 초 마다 논의되는 우정사업본부의 체제만큼 자주 제기되는 문제가 우체국 예금의 공정경쟁 문제이다. 우체국이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민간은행과 불필요하게 경쟁하며 시장을 잠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체국 예금의 역할 확대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조달된 자금으로 자본시장과 예대출 시장에서 본연의 목적인 국민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사업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체국 고객들은 우체국 외의 금융기관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일 수 있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자신들만의 서비스와 브랜드로 고객을 유치했듯이 우체국이 국영 금융기관이라는 사실에 끌려 우체국을 이용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며 이들이 시장점유율 4%를 대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금융기관들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위기 때마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왔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길 수 없는 사업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 보호아래 시장 진입이 자유롭지 않아 과점형태를 띄고 있다. 우리나라 예금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이후 시장에서 퇴출된 시중은행은 없으며 악화된 수익에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들의 수익을 보전하고자 수수료 하한선을 제시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5대은행의 덩치는 갈수록 커져 50%를 밑돌던 시장 점유율은 80%이상으로 치솟았다. 우체국은 저축성예금 비율이 일반은행보다 높은데 저축성예금 점유율도 1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작은 덩치의 우체국 예금이 얼마나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국에서 보수적인 지역으로 꼽히는 노스다코타주에는 주에서 운영하는 노스다코타은행이 있다. 주정부가 운영하는 자금은 의무적으로 이 주립은행에 맡겨야만 한다. 또한 조합 형태로 조달된 자금은 공공사업과 주민들에게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이율로 대출되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거대은행에 맞서 여신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끔 공조하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 투입은커녕 오히려 수익을 남길 만큼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수익은 주정부로 환수되어 국고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국가가 행하는 금융업이 공공성과 함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같이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몇몇 주들도 노스다코타은행의 성공적인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은행의 성공 배경과 관심에는 시장이 활황일 때는 시장에 기대고 불황일 때는 국가에 기대는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실려 있는 것은 아닐까?
우체국 예금 운영의 주체는 정부이다. 따라서 우체국 예금의 특징은 정부가 행하는 공공적 성격에서 기인하며 불공정 경쟁 문제는 이러한 공공성과 시장과의 충돌로 볼 수 있다. 공공성을 앞세워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경계해야하겠지만 본래부터 다른 성격들의 대립에 ‘불공정’이라는 표현 자체가 왠지 어느 한 쪽만의 입장을 담고있지 않나 싶다. 여기에 우체국 예금이 자체 수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우체국 예금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 더 명확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