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의 인기가 뜨겁다. 2015년 중국 대륙을 휩쓸었던 드라마 ‘랑야방’이 2015년 10월부터 중화TV를 통해 방영되면서 한국에서는 소위 ‘중드’ 재발견의 놀라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일순 증가했다.
중화TV 방영 당시, ‘랑야방’은 개국 이래 최고 기록인 0.6%의 시청률을 달성했고, 유료 영상플랫폼인 tiving에서는 총 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뿐만이 아니다. ‘랑야방’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여행사에서는 ‘랑야방’ 관광상품을 출시하여 드라마 촬영 셋트장인 상산영시성((象山影視城)과 드라마 주인공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등을 방문하기도 하며, 드라마 원작소설의 번역본도 7월달에 한국에서 정식 발매된다. ‘랑야방’의 중화TV의 시청률이 450% 이상 올랐다고 하니, 이는 더할나위 없는 윈윈의 결과이다.
이 인기의 타이밍은 정확히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다시 한번 한류의 정점을 찍던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한류(韓流)’로 대변되던 우리 콘텐츠의 중국으로의 일방적인 유입양상이, 이제는 상호적으로 주고받는 쌍방향의 교류로 대체되는 시작점을 목도하게 된 것 같다. 중국의 인기드라마였던 ‘보보경심’을 한국에서 ‘보보경심:려’로 리메이크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콘텐츠의 한국 리메이크라니. 분명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국 콘텐츠의 반격을 만들어 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랑야방’의 제작과 방영 과정을 보면 중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콘텐츠의 힘이 생성된 지점을 가늠해볼 수 있다.
먼저, ‘랑야방’은 동명의 인터넷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기점여성망(起点女生网, www.qdmm.com)’이라는 여성작가 대상 인터넷문학 사이트에서 크게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기점여성망’은 2002년 문을 연 ‘기점중문망’이라는 사이트에 있었던 여성작가 카테고리를 별도로 사이트화한 곳으로, ‘랑야방’ 뿐 아니라 ‘보보경심’의 원작소설 탄생지이기도 하다.
이 인터넷 원작소설을 제작사 ‘정우양광(正午阳光)’에서 드라마화를 감행한다. ‘정우양광’은 중국에서 가장 고퀄리티의 영상 제작으로 소문난 ‘산동영시(山东影视)’의 핵심멤버들이 독립해서 세운 제작사로, 중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담보하는 콘텐츠를 연속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즉, 인터넷문학 사이트에 광범위하게 집결된 원작IP, 실력있는 독립제작사의 조합이 만들어 낸 최적의 결과물이 ‘랑야방’인 것이다.
‘랑야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별에서 온 그대’와 ‘태양의 후예’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한류콘텐츠의 중국 진입로가 되었던 온라인 영상사이트인 아이치이(IQiyi)는 ‘랑야방’ 방영 독점권을 통해 유료회원을 대거 유치하였고, 후속작인 ‘랑야방2’는 아예 웹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문이다. 중국의 유명 인터넷소설인 ‘귀취등’은 이미 여러 차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데, ‘정우양광’ 제작사를 통해 또 한번 ‘믿고보는’ 양질의 드라마로 탄생할 것이 기대된다.
중국의 콘텐츠가 인터넷을 통한 오리지널IP 발굴-독립 제작사를 통한 양질의 제작-정규방송-온라인 영상플랫폼의 수익구조로 이어지는 중국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질서와, 인터넷문학 사이트 등에서 개개인이 창출한 오리지널 IP가 방송콘텐츠가 되고, 무료 불법 다운로드에 익숙해진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를 바꾸고, 영상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웹드라마가 되고, 영화화가 되며, 자국의 국경을 넘어서 한국으로의 역류를 시작했다는 점은 그동안 ‘기술’과 ‘콘텐츠’의 우위로 마음을 달랬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다.
중국은 많은 인구만큼이나 많은 콘텐츠가 오고가고, 그 중에서 탁월한 몇 개를 건지는 것이 어렵지 않은 듯하다. 돈 많은 방송사와 제작사, 인터넷기업들의 물량 공세로 고퀄리티 드라마나 영화로 거듭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앞에서, ‘랑야방’에 눈물짓다가도 이제 콘텐츠마저! 라는 경각심에 화들짝 한다면, 그 놀라움은 너무 성급한 것일까.
중국은 늘 한국과의 방송콘텐츠 무역 불균형 현상에 불평해왔다. “우리는 너의 것을 사주는데 왜 너희는 우리 것을 사주지 않느냐!” 라는 요지이다. 우리는 늘 대답했다. “(너의 것은 재미없어서) 수요가 없다. 시장의 논리다.” 라고. 세월이 흘러 중국은 외산 콘텐츠의 TV방송과 인터넷영상사이트에서의 방영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규제를 행했고, 그 기간동안 중국 콘텐츠의 실력은 일취월장하더니, 한중 간 수요공급에 변화의 조짐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택해야 할 전략적 행보는 무엇일까. 상기했듯이, 중국에서는 인터넷소설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화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 질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우수하다. 중국의 우수한 원작을 발굴, 공동 IP화하는 과정부터 일련의 협력을 진행하면서 촘촘한 가치사슬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메커니즘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