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전기통신사업자가 자신의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하여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가 금지행위로 신설될 예정이다. 이는 다소 포괄적으로 규정된 바가 없지 않으나, 이른바 ‘망 중립성’ 및 ‘플랫폼 중립성’ 관련 규제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동 규정은 규제 범위의 모호성을 해결하기 위해 심사기준을 구체화하는 고시 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존에 망 중립성과 관련하여서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11년)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13년), 플랫폼 중립성과 관련하여서는 「인터넷 검색서비스 발전을 위한 권고안」(’13년)과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14년) 등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의한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와 더불어, 특히 망 중립성 원칙에 대한 미국과 EU의 법제화 경향에 힘입어 이번 개정이 행해진 것이다. 미국의 FCC는 ’10년 제정한 「망 중립성 규칙(Open Internet Rules)」이 연방항소법원 판결에 의해 무효로 된 이후 ’15년 2월 새로운 「망 중립성 규칙(Open Internet Order)」을 제정하였고, 이에 대해 연방항소법원이 합법 판결을 내림으로써 FCC의 규제권한에 대한 오랜 논란이 일단락되었다. 유럽의회는 ’15년 10월 망 중립성 관련 규정을 포함한「EU 통신 단일시장 규칙(Regulation of European single market for electronic communications)」을 통과시켰다.
망 중립성 위반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규제의 구체적인 모습은 국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로, 상업적 목적에 의한 트래픽 우선 처리 행위(fast-lane)에 대하여 미국은 금지하고 있는 반면, EU는 명시적 금지조항을 포함한 법안을 부결시키고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콘텐츠의 데이터 이용요금을 소비자 대신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zero-rating)에 대하여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칠레 등은 망 중립성 위반으로 보아 금지한 바 있으며, FCC는 일률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지만 AT&T가 자회사인 DirecTV에게 제공하는 zero-rating에 대해 경쟁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 가이드라인이 fast-lane 또는 zero-rating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개정된 시행령의 위임을 받아 제정될 고시에서 이에 대해 어떠한 심사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플랫폼 중립성은 망 중립성의 플랫폼에서의 실행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망 중립성만큼 일반화된 개념은 아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용어 사용 및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10년 ‘Digital Agenda for Europe’에서 디지털 단일 시장의 형성을 저해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으며, ’14년 프랑스의 국가 디지털 위원회(National Digital Council)는 플랫폼 중립성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그런데 망 중립성이든 플랫폼 중립성이든 중립성이라는 용어 자체의 모호성으로 인해 관련 논의가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립성이라는 용어는 규제의 목적과 그에 따른 금지행위의 형식으로 정의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중립성을 협의로 ‘부당한 차단‧차별 행위의 금지’, 더 구체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차단‧차별 행위의 금지’로 정의한다면 fast-lane 또는 zero-rating은 사전적으로 금지되기보다는 사안별로 부당성 내지 경쟁 저해성을 분석하여 금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반면, 중립성을 광의로 정의하여 프랑스의 플랫폼 중립성 보고서에서처럼 소비자 후생뿐만 아니라 시민의 후생도 보호할 목적까지 포함한다면, 금지되는 차단‧차별행위의 유형이 확대되면서 사전 규제에 가까운 모습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망과 플랫폼의 속성이 다르고 플랫폼별로도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각각 구분하여 중립성 개념을 정의할 필요성이 있다. 예컨대 망보다는 플랫폼이 필수설비적 성격이 약하고 더욱 동태적 경쟁 환경에 놓여 있으므로 규제범위를 축소하고, 플랫폼 중에서 아직 발전 단계에 있는 플랫폼에는 운영방식의 공개 등 투명성 확보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과 고시 제정을 계기로 중립성 개념이 확립되어 소모적 논란을 줄이고, 경쟁과 투자‧혁신 촉진을 통해 이용자 후생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집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