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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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정보사회는 기술-산업-사회의 혁신적 선순환 생태계

  • 작성자이원태  연구위원
  • 소속ICT전략연구실
  • 등록일 2017.02.27

인공지능이 ICT혁신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자동화가 보편화되는 소위 ‘지능정보사회’가 중요한 정책의 화두로 등장했다. 작년 말 우리 정부가 발표한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은 바로 이러한 지능정보사회의 발전 및 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물론 ‘기술·산업중심’, ‘정부주도’, ‘시기상조’, 그리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뒤늦은 ‘또 다른 추격전략에 불과하다’는 낯익은 비판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과 서비스, 가상과 현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각변동의 대혼란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려는 우리의 첫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 세대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적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듯이, 단기적 프로젝트 중심의 ICT 전략 틀에서 벗어나 기술-산업-사회를 아우르는 중장기적인 관점의 국가전략을 제시했다고 하겠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기술, 산업 차원의 지능정보화를 넘어 교육, 고용, 복지 등 사회변화에 대비한 정책 아젠다들을 적극 포함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경제성장 및 산업진흥 위주 정책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 분배로 모두가 상생하는 혁신의 선순환을 지향함으로써 저성장과 양극화를 극복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나타낸 것은 아닐까 한다. 어쩌면 그러한 정책기조는 자동화로 인해 직업의 47%가 소멸된다는 불안한 전망과 함께 제기된 양극화, 불평등의 문제에 적극 대응하려는 사회정책적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인간중심의 지능정보사회’라는 타이틀에서도 느껴지듯이, 앞으로 펼쳐질 ‘인간과 기계의 유례없는 공존’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간의 역량을 매우 중시했다는 점이다. 즉 결국 지능정보사회의 주체는 인간인 것이고, 새로운 미래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의 정책적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이는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합리적 역할 분담은 물론, 인간과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에 초점을 둔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의 문제로도 귀결된다.

그러나, 지능정보사회가 이전의 정보사회와 어떤 단절과 연속의 관계에 있는지, 그 범위·규모·속도 면에서 유례없는 파괴적 혁신으로 우리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는 아직도 예측불가능한, 불확실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능정보사회라는 새로운 변화와 도전은 과거의 삶의 방식에 익숙한 개인이나 집단에게는 여전히 커다란 두려움이자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에 적응하고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서는 지난한 학습의 과정이 필요한데, 거기에는 어떤 정형화된 해결책이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능정보사회가 초래하는 위험을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혁신의 과정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고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면역력 또는 내성을 키워가는 게 첩경이다. 이를 두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고 부르는데, 사회 곳곳에 기술적・사회적 위험들을 견딜 수 있는 기반, 즉 사회에 책임지는 혁신(responsible research and innovation)에 통한 문제해결과 위험대응 여건을 다져놓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지능정보사회를 살아가는 개인과 집단들이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일은 그들만의 자구적 노력이나 적응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기술, 제도,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인과 집단들이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협력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에서 민간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하는 방안에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것처럼, 지능정보사회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기업 등 소수의 전문가들이 하향식으로 혁신을 주도하기보다는 모든 시민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거버넌스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점을 ‘혁신의 분권화’라고 부를 수 있는데, ‘위험의 분산’이 대규모 재난 및 위기 극복의 기초가 되듯이, ‘분권’과 ‘협치’는 지능정보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회복탄력성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기술 및 산업에서의 혁신적 변화 못지않게 우리의 사고와 제도를 변화・발전시키는 일련의 사회혁신 정책, 예컨대 인간의 기본권, 사회안전망 등의 과제들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그래서 독일 튀빙겐대 다니엘 부어(Daniel Buhr) 교수는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동화 기계의 배치 문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 안전 등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혁신의 과정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지능정보사회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축적구조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될 것인지의 여부는 사용자와 시민들이 주도하는 사회혁신의 기반 형성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향후 지능정보사회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 변화의 범위와 시기가 여전히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그 변화의 내용 및 결과를 예단해서 정책에 반영하기 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구조적 변화 및 역기능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혁신의 정책적 노력들을 더욱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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