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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혁신성과 로컬리티(Locality)의 사례

  • 작성자김성옥  부연구위원
  • 소속ICT전략연구실
  • 등록일 2018.01.09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패러다임의 변화와 중국, 인도 등 후발국가의 빠른 혁신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화두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중국의 도약이다. 2017년 12월 기준, CB INSIGHTS 유니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총 220개의 기업 중, 중국기업이 총 59개로, 중국은 미국의 뒤를 이은 유니콘 2위 국가로 등극했다. 샤오미·DJI 등 하드웨어 업체,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Didi Chuxing)과 공유자전거 업체인 모바이크(Mobike)·오포(OfO) 등 공유경제 영역에서, 그리고 AI 인식(센스타임, face++), AI 헬스케어 업체 아이카본엑스(iCarbonX)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중국은 다수의 유니콘을 배출하였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는 중국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는 않은 시장 기반의 서비스 혁신과, 기술 기반의 혁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한 맥락 안에서.

중국에 진출한 우버가 약 20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결국 디디추싱에 인수되었을 때, 사람들은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시장에서 패배한 상처입은 외자기업으로 우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는 어찌보면 현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가려움을 더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선호의 결과이다. 신용카드 기반의 우버와, 모바일 결제 기반의 디디추싱. 신용카드 단계를 거의 뛰어넘어 현금에서 모바일결제 사회로 바로 넘어가게 된 중국에서 우버는 이 점만으로도 현지의 맥락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디디추싱은 현지의 수요를 반영, 예약 호출, 송영서비스, 기사딸린 차량 임대, 카풀서비스 등 우버와는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였다.
 
중국의 AI 유니콘인 센스타임과 Face++는 모두 안면인식 분야의 최강자이다. 유사분야의 기업이 두 개나 급속도로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어찌보면 중국의 특수한 맥락이 자리한다. 중국의 인증수단이 핸드폰번호, QR 코드를 넘어 안면인식 수단으로 급변하면서 안면인식 딥러닝 분야의 기술기업에 대한 수요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face++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카메라 앱인 카메라360의 안면인식, 그리고 디디추싱, 알리페이의 안면인식 결제 등에 사용되면서 높은 기업가치를 확보할 수 있었고, 디디추싱은 운전자의 범죄이력을 확인-결제까지 face++의 기술을 이용한다. 조금 더 비틀어서 보면, 이는 통제에 대한 정부의 수요가 창출한 발전기회이기도 한데,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이미 2015년부터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한 보안강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위법행위 근절을 위해 안면인식을 통한 전국민의 데이터 DB화를 추진 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본고에서 하려는 이야기가 중국의 통제시스템에 대한 것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는 기술력에 기반한 대분기 현상(Great divergence)이 발생하고, 기술을 갖춘 선진국과 기존 체계 안에 머무는 신흥국 간 성장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현지 수요체제의 섬세함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을 뿐이다.

지역의 수요체제는 기술선점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지배당하지 않는다. 로컬단위로 창출되어 현지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가진 서비스들로 채워지고, 그 서비스를 더욱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으로 이어진다. 대개 서비스는 로컬지향적이지만, 기술은 글로벌지향적이다.

우버의 서비스를 모방한 디디추싱은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 관련 인공지능 연구소인 디디랩스를 설립하였고, 모바이크는 중국 박막 태양전지업체인 하너지와의 협업을 통해 공유자전거에 박막 태양전지를 설치하고 에너지 솔루션을 공동연구하고, 자전거 위치파악 및 소비자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AI 플랫폼을 만들었다. face++와 센스타임 등 기업은 중국의 감시장비 시장으로의 진출을 엿보고 있다. 로컬 수요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기술적으로도 융합, 진화해나가고 있으며, 기술기반의 기업들은 독특한 로컬 수요에 부응하여 시장으로 파고들면서 기술과 시장추구 행위의 시너지가 생겨나게 되고, 문제해결력을 가진 기술역량의 제고가 시작된다.

이쯤에서 혁신에도 로컬리티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고민이 슬쩍 든다. 우리가 가진 수요는 무엇이고, 그 특수성은 무엇인지. 시장수요와 기술수요 간의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시킬 수 있는 단초는 무엇인지. 끊임없는 글로벌 시장의 벤치마킹이 아닌, 우리가 가진 특수한 ‘그 무엇’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혁신적인 답을 찾기 위한 설계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한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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