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을 풀어가는 다큐멘터리 내용에 의하면 애초의 인류는 강한 포식자들을 피해 나무 위에서 생활하던 나약한 존재였다고 한다. 그러다 기후 변화로 열대 우림이 줄어들면서 무리 중에서도 세력이 약했던 일부가 나무 아래로 밀려 내려오게 되었고, 이들이 바로 인류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비교적 세력이 강해서 나무 위에 남았던 무리는 오늘날 침팬지와 고릴라가 되었으며, 이들보다도 세력이 약해서 땅으로 내려왔던 무리가 오늘날 인류의 조상이라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그 옛날 나약했던 인간이 오늘날 이처럼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다큐멘터리의 설명처럼 나무 위에서 높은 곳의 열매를 따기 위해 두 손을 위로 높이 뻗으며 생활한 결과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두 손을 자유롭게 활용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든다. 단순한 공동체 구성에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문명을 이루어내고, 나아가 과학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기들을 만들어내면서 점차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뛰어난 지적 능력과 이를 발전시켜가는 학습 능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능력과 학습능력의 활용을 자극하는 요인은 바로 상상력이 아닐까? 인간은 꼭 생존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이런게 있다면 어떨까?’, ‘오늘날 이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의 무언가가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여 종국에는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화는 과정에서 발전이 오는 것은 아닐까?
문득 어린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쥘 베른의 「해저2만리」라는 공상과학소설의 내용이 떠오른다. 아로낙스박사가 네모선장과 노틸러스호를 타고 해저 여행을 떠나는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후에 이 글이 본격적인 잠수함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쓰여졌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던 기억이 난다. 쥘 베른은 이 외에도 「달나라 여행」, 「신비의 섬」등의 소설을 통해 이미 130여년 전에 우주선과 수소가스의 활용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의 내용은 단순한 공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쥘 베른은 과학이론 및 기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이 공상과학소설 속의 상상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은 단순한 공상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 상당부분 현실화가 되었다.
지금도 이러한 상상의 내용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달에 제2의 지구를 건설하고, 뛰어난 지성은 물론 인간의 감정까지 지닌 로봇이 나타나고, 자신을 쏙 빼닮은 복제생명체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내용의 상상이 소설과 영화의 형식을 빌어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다. 이들 내용은 비록 지금은 현실이 아니지만, 이에서 영감을 얻은 과학자들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어 미래에는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