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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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관조할 줄 아는 여유를 부려보자

  • 작성자강유리  연구원
  • 소속공정경쟁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7.12.10

12월 어느 일요일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눈을 뜨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다. 엄마가 해주신 밑반찬으로 아점을 든든히 먹고 다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가 있어 연구원으로 향했다. 성격 탓일까?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즐기기 때문에 주말에 꼭 업무가 아니어도 연구원에 나오는 것을 즐기는(?)편이라지만 급하게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니 발걸음이 무겁고 약간은 우울했다.

다행히(?)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나오신 선배님들이 많이 계셔서 나름 위안을 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일을 마무리하고 보니 밤 11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랄까? 기분이 좋아졌다. 밤공기가 차갑지만 상큼했다. ‘마을버스 막차시간이 11시 40분이니까 이제 나가면 되겠지?’ 생각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별 생각이 없이 같이 기다리고 있는데 1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추운데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표지판을 봤는데, 헉! 주말에는 막차가 10시 40분 이었다. 혹시나 의심스러워서 옆에 계신 여성분께 버스가 이미 끊긴 거냐고 여쭤보니 “아~ 그래서 한참 기다려도 버스가 안 왔구나! 혹시 양재역 가세요?” 그러면서 양재역까지 가면 같이 택시 타고 가자고 하셔서 속으로 잘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동승을 했다. 양재역에 도착해서 요금을 계산하려고 하는데 그 여성분이 굳이 내신다고 하셔서 먼저 택시에서 내려서 그 여성분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세상엔 친절하신 분도 많구나!’ 일도 마무리하고 좋은 분도 만나고 나니 기분이 좋아서 룰루랄라 하면서 걸어갔다.

집에 거의 도착할 때 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내려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택시에서 휴대폰을 빠뜨린 것 같았다. 외투 바깥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는데 택시에서 그 여성분에게 신경을 쓰느라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택시는 이미 떠났는데……. 급한 김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처음엔 뚝! 끊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걸어보니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택시 아저씨는 그 사이에 벌써 멀리 갔다면서 40분 후에 휴대폰을 돌려줄 테니 돈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아쉬운 사람은 나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하랴? 돈을 지불하고 휴대폰을 받으면서도 택시 기사 아저씨의 불만 가득한 소리를 듣고 나니 진짜 서글픈 생각에 눈물이 나왔다. “한 이만 원은 줘야 되요. 아가씨 때문에 손님도 못 태웠어. 다른 택시 기사 같으면 다시 안돌려 줄 건데…….” 왕복 택시비보다 더 사례금을 드렸는데 그렇게 안 좋은 소리하면서 돌려주는 심보는 뭔지…….한 시간 전만 해도 친절하신 여성분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데 휴대폰 잃어버리고 돈만 괜히 쓰고 안 좋은 소리 듣고…….

억울한 생각에 친구한테 전화 걸어 신세한탄을 하고나니 속이 후련해졌다. 이렇게 쉽게 기분이 풀어지는 모습을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무슨 롤러코스터 타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몇 번씩 바뀌니……. 옛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 - 즐거운 일이 있다하여 너무 즐거워하지 말고, 슬픈 일이 있다하여 너무 과하게 슬퍼하지 말라는 이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2007년도 얼마 안 남았다. 뒤 돌아보면 울던 일도 웃던 일도 참 많았다. 이제 나이도 한 살 더 먹게 되는데 조금 담담하게 삶을 관조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눈앞에 나무가 아닌 숲을 보듯이……. 순간순간에 너무 집착하면 내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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