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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염수현

독과점이 심화된 스마트폰 시장에 잠재적 경쟁 압력을 불어넣으려면

  • 작성자염수현  연구위원
  • 소속통신전파연구본부
  • 등록일 2021.05.10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독과점이 심화되어 스마트폰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20년 1.7%로 비중이 매우 낮아져 철수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1년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이 21.7%, 애플이 16.8%, 샤오미가 13.7%, 오포가 10.7%, 비보가 10.0%, 기타 제조사가 27%이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애플이 42%, 삼성이 17.5%, 오포가 8.2%, 비보가 8.0%, 샤오미가 7.6%, 기타 제조사가 16.7%이다1).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LG전자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급격히 낮아졌기는 하나 ’20년 기준으로도 8.5%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철수의 영향이 적다고 보기 어렵다.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63.4%, 애플이 23.5%, LG가 8.5%, 기타 제조사가 4.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고가폰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으며 중저가폰 시장은 삼성과 LG가 경쟁하고 있으며 일부는 기타 제조사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따라서 LG전자 스마트폰 철수로 인해 고가폰 시장의 경쟁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으나, 중저가폰 시장에서 삼성의 독점적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상황과 국내 시장 상황이 상이하기 때문에 LG전자 철수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인상될지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가별로 가격차별을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느냐,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의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잠재적 경쟁력이 얼마나 강력한가에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은 늘 가격차별을 시도한다. 가격차별이 가능하려면 구매자를 명시적 특성에 따라 구분할 수 있고 시장 분리가 가능하며 차익거래(arbitrage)가 불가능해야 한다. 지역별로 경쟁상황이나 소득 수준 등이 상이하다면 단말기 제조사는 지역별로 가격을 차별화하고자 할 것이다. 동일한 플래그십 모델일지라도 지역마다 가격을 상이하게 가져갈 수 있고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인도나 중국에서는 좀 더 가성비 좋은 모델을 판매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지역별로 가격차별이 가능하려면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야 한다. 통신서비스와 결합 판매되는 이동통신 단말기는 해외 직구가 불가능하다. 이동통신 단말기가 통신서비스와 결합 판매된다면 단말기 독점 제조사 입장에서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가격을 책정하기 매우 용이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정상가는 유사하게 가져가더라도 통신사나 유통망에 지급하는 장려금 차별 등을 통해서 실제 판매 가격을 차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통신서비스와는 별도로 판매되는 자급제 단말의 경우 해외 직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급제 단말기의 해외 직구에 불이익이나 불편함이 없다면 단말 제조사가 국가마다 상이한 가격을 가져가는 것은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자급 단말과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와 결합되어 있는 단말이 국가별로 비중은 상이하지만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자급제 단말기의 경우에도 해외 직구를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해외 직구는 배송 기간, 하자 제품 반품의 어려움, AS의 불확실성 등이 기본적인 저해 요인이며, 해외 구입 스마트폰이 국내판과 기능이 상이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저해 요인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구입하는 삼성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페이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통화녹음 같은 것도 별도로 펌웨어 변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동통신단말기의 경우 통신서비스와 결합되어 판매되는 조건을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소비자들이 많고, 자급단말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경우에도 직구가 여러 가지 이유로 쉬운 것은 아니어서 제조사들은 국가별로 시장을 분리하고 각각의 시장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가격차별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 철수로 독과점이 심화될 국내 시장의 소비자들이 가격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자급제가 활성화되고 직구 여건이 좋아져서 직구가 잠재적인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 LG전자 철수는 국내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제품 선택의 폭을 감소시킬 거란 우려도 크다. 당장 LG폰이 선택지에서 사라지고 경쟁이 줄어들면서 고가의 플래그십 단말이나 저가폰 중에서만 골라야 하고 적당한 가격대의 품질 괜찮은 스마트폰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불의사가 높은 소비자들의 소비자 잉여를 최대한 가져가기 위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고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서 해당 소비자가 고가 제품 구매 대신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가 라인 상품의 품질을 최대한 낮추는 것은 상당히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독점 기업의 제품 구성 전략이다. 경쟁이 충분한 경우에는 경쟁사가 가성비 좋은 경쟁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지만,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시장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업이 소비자 잉여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품질 수준을 왜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저품질 저가의 제품과 고품질 고가의 제품만 존재하고 괜찮은 품질이면서 적당한 가격의 제품을 시장에서 찾기 어려울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의 빠른 추격을 생각한다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독과점을 전제한 이런 논의는 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소비자의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가 낮아 충분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삼성이 좀 더 다양한 중저가 라인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 선택의 폭과 관련된 문제도 국내 시장보다 경쟁이 활발한 글로벌 시장의 경쟁 압력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급제 활성화, 직구 활성화가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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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counterpointresearch.com/apple-leads-100-billion-smartphone-market-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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