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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학기

디지털 경제, 상품의 가치

  • 작성자이학기  연구위원
  • 소속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
  • 등록일 2021.06.30

2020년 한국인들은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하루 평균 약 4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일상 속에서 게임, 음악, 영상시청 등의 여가생활뿐만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대화, 정보공유, 검색 등의 생산적인 일을 하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점점 더 편리한 삶을 영위하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중 상당 부분은 GDP나 생산성 등 공식적으로 경제 활동을 측정하는 데 포함되지 않는다. 

GDP는 생산의 척도로써 경제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상품의 금전적 가치만을 포착한다. 따라서 상품에 가격이 있는 경우 GDP는 국민의 복지를 대리 측정하는 꽤 괜찮은 척도이다. 우리가 음식, 옷, 자동차, 가구 등 일반적인 소비재를 더 많이 소비하면 GDP는 증가하고, 우리의 생활 수준은 더 나아질 것이다. 즉, 상품의 소비와 GDP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더는 지속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GDP가 최종 재화의 금전적 가치만을 고려하므로 만약 상품이 무료라면 GDP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사용자의 효용은 증가하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으므로 GDP는 변하지 않고, 사용자의 효용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 이와 같은 GDP 왜곡 현상은 디지털 상품이 실제 상품을 대체할 때 더욱 심해진다. 과거 우리는 정보와 지식 습득을 위해 다양한 서적을 구매했으나, 이제는 인터넷에서 무료 콘텐츠로 대신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로 출판업이 GDP에 미치는 기여도는 줄었을지 모르나 소비자의 혜택은 훨씬 더 나아졌다.

GDP는 경제가 실물 상품의 생산 위주로 돌아갈 때 적합한 측정 방식으로 디지털 재화의 비중이 점점 더 증가하는 경제를 측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소득, 소비, 생활 수준 등 생산 이외의 중요한 경제 활동을 제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가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경제적 복지는 GDP와 관련이 없을 수 있다. 검색과 같은 다양한 디지털 상품은 사실상 무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품으로 인한 혜택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직접 지불하지 않는 공공재는 항상 존재했으나, 이제는 무료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일상생활의 광범위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최근 경제학자들은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혜택을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응답자에게 주어진 재화를 포기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묻는 대규모 설문조사를 한 후, 실제 금전적 보상을 통한 소규모 실험을 실행하여 결과를 검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 또한 아직 보완할 점이 명확하다. 디지털 상품의 종류가 너무 많고, 범위가 매우 넓은데다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디지털 재화가 생기고 있어 전통적인 GDP에 비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또한 주관적인 가치 평가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기준으로 채택하는 것이 어렵다.

디지털 경제에 들어서면서 발생하는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혜택을 정량화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양은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크다. 그리고 이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현재 우리는 GDP를 제외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비교 가능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재화의 가치 측정을 위한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 부서홍보자료팀
  • 담당자권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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