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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정용찬

데이터 노동과 데이터 중립성

  • 작성자정용찬  센터장
  • 소속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 데이터분석예측센터
  • 등록일 2022.09.20

인터넷 생태계가 공정경쟁 이슈로 뜨겁다. 인터넷의 토대인 네트워크 영역에서는 망 중립성의 해석을 둘러싸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문제로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 영역에서는 온라인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공정거래가 이슈다.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단말기 영역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이슈다. 앱 마켓사업자의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데이터 영역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나타날 징후가 있다. ‘데이터 중립성(Data Neutrality)’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데이터 중립성이란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1) 마치 망 중립성이 망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데이터 중립성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EU는 데이터를 중립성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2020년 발표한 데이터 시장법(Data Market Act)은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시장 지배력 제한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아마존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협상력을 무기로 삼아 혁신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대규모 데이터 보유 기업은 이용자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자신의 경쟁우위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데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 보유 기업은 제3자 서비스로부터 제공된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을 금지한다. 데이터는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는 당사자가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EU가 2022년에 발표한 데이터법(Data Act)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 이 법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산물로 창출된 데이터에 대하여 제조사나 데이터 수집자 이외에 접근 가능한 주체와 권한의 범위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소비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데이터 보유자는 데이터를 동일한 품질로 제3자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 보유자는 데이터를 제공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 공공 기관이 공익 목적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요청하면 데이터 보유자는 가급적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 중립성 역시 망 중립성처럼 옹호론과 비판론이 존재한다. 옹호하는 사람들은 데이터는 비경합재화(non rival good)이며 다른 상품과 달리 서비스 이용자가 없다면 데이터 생산이 불가능하므로 사회경제적 이익 재분배를 위해 데이터에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데이터는 애프터마켓과 혁신서비스의 중요 요소로 독점적으로 활용하면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판론자들은 데이터의 유형과 속성이 다양하고 활용 분야도 제조, 유통, 금융은 물론 보건, 의료, 교육 등 광범위하므로 일률적인 중립성 적용이 어렵다고 말한다. 민간 데이터 공유를 자유롭게 허용하면 데이터 수집에 필요한 투자 인센티브 저하로 혁신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데이터 생태계에서 사전 규제와 금지행위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하며, 데이터의 전략적 자산화 경향으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해 접근권이나 이용권을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점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최근 행보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터는 안보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통상 마찰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데이터가 생산 과정이 독특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와 달리 데이터는 이용자가 데이터 생산 과정에 참여한다. 즉 검색과 쇼핑 등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데이터가 많이 생산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므로 계산이 끝났다고 설명하지만 이용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정당한 이윤 배분을 위해서 데이터 노동자들은 일정 기간 동안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사용을, 다시 말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노동을 중단하는 파업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2) 데이터 판매 수익을 데이터 생성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한 경기도 사례도 이런 주장과 맞닿아 있다.

햇볕처럼 어디에나 존재하고 모든 것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등장한 데이터 자원의 자유로운 이용을 의미하는 ‘데이터 중립성’이 과연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혁신과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1) Hanming Fang, Soo Jin Kim (2021). Data Neutrality and Market Competition. University of Pennsylvania. pp. 2-3.
2) Posner, Eric A., Weyl, E Glen(2018). Radical Markets: Uprooting Capitalism and Democracy for a Just Society. Princeton University Press. p.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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