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한 연구(Malmodin 외, 2024)에 따르면 ICT 섹터는 ’20년 기준 전 세계 전력 소모의 4% 남짓,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들을 사용자 단말, 네트워크, 데이터센터로 구분하였을 때 유무선을 포함한 네트워크 부문은 ICT 섹터 중 1/4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데이터 트래픽은 2007년 대비 40배로 늘었으나 ICT 섹터의 탄소배출은 크게 늘지 않았고, 가입자당 탄소배출량은 다소 줄었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철강·화학 등 제조업, 교통, 건물관리 등에 비하면 ICT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또 ICT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하지만 다른 섹터의 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어 후자에 초점을 맞춘 논의도 많다. 최근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전력 소모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네트워크 부문은 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네트워크도 탄소중립을 향한 흐름에서는 제외될 수는 없다. 이는 6G의 핵심 성능 지표에 예전과 다르게 에너지 효율(energy efficiency)에 대한 성능 지표가 추가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 산업은 세 가지 측면에서 환경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첫째는 에너지 소비로 인한 운용비용(OPEX)의 증가이다. 5G 기준으로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력소모의 3/4 가량을 기지국을 포함한 무선 접속망(Radio Access Network, RAN)이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무선 신호 처리의 최적화와 장비 발열 감소가 에너지 효율화의 주된 관심 분야가 되고 있다. 여러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안테나, 네트워크의 운영 자동화 솔루션 등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임대료, 인건비 부담도 낮출 수 있어 운용비용 관리 측면에서 서로 관련이 되어 있다.
둘째,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규제 강화이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 IPCC는 ‘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제안하였고, 한국도 ’20년 2050 탄소중립 비전 및 추진전략을 발표하였다. 탄소배출은 직접적인 배출인 Scope 1, 에너지 소비로 인한 간접적인 배출인 Scope 2,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간접적인 배출을 포함하는 Scope 3로 구분된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사가 무선국을 위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쓰는 것은 Scope 2, 제조사나 고객 차원에서 일어나는 무선국 및 단말기 제조·폐기는 Scope 3에 포함된다. 이동통신사들에게 탄소배출권 구입은 점차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수입되는 상품에도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통사보다는 장비를 수출하는 제조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된 경영상의 요구이다. ESG는 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의미한다. 환경 측면에서 이동통신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 무선국 장비와 단말을 자주 폐기하고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장기적인 설계를 통해 호환성이 높은 설비를 구축하여 부분적으로 교체하며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를 원격으로 제어함으로써 사이트 방문에 따른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 등이 있다.
보다 효율적인 장비나 시스템이 나온다고 해도 투자 부담과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우려로 바로 도입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AI를 활용하여 트래픽에 따라 무선국을 껐다(슬립 모드) 켜는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6G 이동통신이 보급되고 새로운 네트워크 장비를 구축해야 되는 시기가 오면,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성능지표들이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