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검색 검색 메뉴

전문가 칼럼

서영선

사회갈등 탐색을 위한 데이터 활용의 가치

  • 작성자서영선  
  • 소속ICT통계정보연구실
  • 등록일 2025.01.20

우리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복잡함은 서로의 이해나 의견 충돌로 이어져 갈등이라는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갈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수많은 갈등 뉴스와 보고서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이고 지속적인 갈등 요인인 정치이념, 지역 및 소득 불평등의 이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디지털 갈등, 급격한 이상기후로 인한 환경 문제 등 다양한 갈등 소재들이 폭넓고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갈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복잡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다양한 특징들이 확인된다. 이는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하는 데 있어 특징에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국가 차원의 전체적인 갈등 관리의 어려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갈등을 사회 발전을 위한 하나의 도약 단계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나, 지속적이고 임계치를 넘는 갈등은 사회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비효율을 초래하기에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박준 외(2009)에서는 사회갈등의 경제적 비용이 1인당 GDP27%로 추산하기도 하였고1), 최근 갈등 비용을 추정한 연구 결과에서는 2016년부터는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으로 매년 300조 원이 넘는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추정되었다.2) 2024년 한 해 정부 예산이 656.9조 원임을 감안하면 이는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갈등은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하며 이를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회의 안정성 및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만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갈등의 해소, 또는 적어도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어떠한지, 다양한 갈등 중에서 어느 측면에 보다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앞서 갈등의 분야가 다양하고 광범위한 측면과 함께 갈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인해 그 수준을 파악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다수의 연구나 보도에서는 설문조사(survey)를 통해 갈등의 정도를 측정하고자 시도한다. 일부 설문 결과를 보면 최근 우리 사회의 세대 및 젠더 갈등에 대해 다수의 응답자들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향후 관련 갈등들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적었다.3) 집단별 갈등에 있어서도 정치 및 경제적 집단 간의 갈등이 크다고 인식하는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4) 일반적으로 인지되는 이념, 세대, 젠더 간의 갈등도 세부적으로 확인하거나 시기별로 보면 특징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약 1년 후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회갈등의 심각성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이전보다 갈등이 심화되었고, 이념이나 젠더, 빈부격차와 함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갈등이 심각하다고 다수가 응답하여5) 갈등의 특징이 시기적인 요인과 연결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설문조사를 통한 갈등 탐색은 설문의 설계에 따라 수요자가 원하는 내용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조사를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나 이를 정량적으로 처리하는 것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들까지 다수의 문항을 포함한 설문조사는 상대적으로 긴 주기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갈등의 추정과 파악에 있어 설문을 통한 조사와 함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추정하는 시도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비용 및 시간 효율적인 측면과 함께 상대적으로 시의성 있는 정보를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텍스트를 활용하여 갈등을 살펴보면 관련 내용에 대한 특징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고빈도 데이터의 활용에 따라 갈등의 추이와 모습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해 볼 수도 있다. 또한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 다양한 갈등 지수를 구축하여 갈등의 추이를 탐색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많은 대중들이 사회갈등의 심각성을 뉴스나 기사 등 대중매체에서 보도되는 사건과 사고를 볼 때 사회갈등을 크게 체감한다는 점6)에서 뉴스라는 소재가 갈등을 측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갈등 관련 뉴스를 활용하여 갈등의 추이를 추정한 결과7)에서 코로나19 직후 갈등이 급격히 상승 후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유사한 특징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시기에는 K자형 경기 회복이 나타나는 등 산업별 소득 차이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이슈와 이 시기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됨에 따른 정치적 갈등 증가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뉴스 키워드들을 통해 부동산 이슈들도 주요 갈등 뉴스의 소재가 되었음이 나타났다. 이는 핵심적인 갈등 특징 파악에 있어 뉴스 빅데이터 역시 유용성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뉴스뿐만 아니라 블로그, SNS, 댓글 등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의 갈등을 살펴보고 분석하려는 시도도 많이 증가하고 있어, 다방면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사회갈등을 추정하고 탐색하는 데 의미 있는 재료가 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전환과 AI의 확산이 빨라짐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는 요인이 많아지고 있다. 기존 단순 노동의 대체에서 벗어나 AI 기술이 문화예술과 같은 창작의 영역까지 적용되면서 갈등의 특징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GPT의 유행과 함께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대체나 차별, 불평등의 부작용들도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더불어 여러 우려와 부작용에 대한 규제나 법률적 대책 관련 논의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다가올 갈등의 요인을 선제적으로 완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전통적인 갈등 요인들과 결합하여 새롭게 초래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큰 상황이다. 갈등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최근의 기술 발전 속도와 갈등 요인들의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갈등 관리에 있어서도 보다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식의 장점과 함께 데이터들, 특히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갈등 관련 비정형 재료들을 활용하여 관련 이슈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탐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갈등을 분석하고 해석하면 정책 설계를 하는데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지속성을 지닌 갈등에 대한 예측이나 대응 마련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시의적절한 정책적 타이밍이 중요하며, 데이터는 이러한 정보 획득에 중요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박준김용기이동원김선빈, 2009,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 CEO information, 삼성경제연구소.
2) 아시아투데이,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40429010016201 (2025.1.16.접속)
3)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4 세대인식조사, https://hrcopinion.co.kr/archives/2929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2024 젠더인식조사, https://hrcopinion.co.kr/archives/29349 (2024.5.21.접속)
4)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집단별 갈등인식 2023, https://hrcopinion.co.kr/archives/26687 (2024.5.21.접속)
5) 조권중, 2020,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 서울연구원
6) 조권중최지원, 2021, 서울 시민의 사회갈등 인식과 시사점, 정책리포트, 서울연구원
7) 서영선, 2024, 뉴스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갈등의 탐색, KISDI STAT Report 24-8

  • 부서대외협력팀
  • 담당자한유경
  • 연락처043-531-4383